예프게니 키신, 안드라스 쉬프, 유키 구라모토 등 잇달아 공연 열어
[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바이올린은 악기 바이올린일 뿐이지만 피아노는 변화의 장입니다. 피아노는 피아니스트의 손끝에서 노래하는 인간의 목소리로 변할 수도 있고, 다른 악기들의 음색을 모방할 수도 있으며, 오케스트라가 될 수도 있고, 무지개나 우주의 음향으로 변할 수도 있지요. 이 변화의 가능성, 연금술은 피아노의 풍요로운 재산이랍니다."
'피아노의 거장' 알프레트 브렌델은 자신의 에세이 '피아노를 듣는 시간'에서 피아노라에 대해서 이 같은 예찬을 늘어놓았다. 하얗고 까만 이 건반들이 펼쳐내는 마술에 매료돼 브렌델은 한 평생을 피아노 연주에 바쳤다. 아쉽게도 거장은 2008년에 은퇴했지만 피아노의 매력은 여전히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새 봄을 맞이하는 3월, 고전에서부터 뉴에이지까지 다양한 색깔의 피아노 연주를 만나볼 수 있다. 국내 팬들이 오래도록 손꼽아 기다렸던 예프게니 키신, 안드라스 쉬프, 유키 구라모토의 내한공연이 잇달아 열린다.
'피아노의 신'이라고도 불리는 키신은 두 살 때, 들은 음악을 그 자리에서 피아노로 연주해 주변을 깜짝 놀라게 했다. 1984년 3월, 드미트리 기타옌코 지휘로 모스크바 국립 필하모닉과 쇼팽 피아노 협주곡 1번과 2번을 협연했던 실황 음반이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키면서 유명세를 탔다. 매번 열정적이고도 완벽한 연주를 선보이는 키신은 매일 꼬박꼬박 6~7시간을 연습하며, 또 자신이 정한 기간에 지정한 곡만을 연주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2013-14 시즌의 리사이틀 프로그램으로는 슈베르트와 스크랴빈으로 정했는데, 오는 3월30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확인할 수 있다.
피아니스트들 사이에서도 '교과서'라고 불릴 만큼 모범적이고 완벽한 연주로 정평이 나 있는 헝가리 출신의 파이니스트 안드라스 쉬프는 3월25일 예술의전당에서 국내 팬들을 만난다. 쉬프는 지난해 60세 기념 연주회를 껄끄러운 관계에 있는 고국 헝가리가 아닌 영국 런던에서 열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2011년 1월 동료 음악가들과 함께 전 세계 예술가들에게 헝가리 정부의 집시 차별과 동성애 혐오, 반유대주의에 항의할 것을 촉구하는 공개 서한을 발표한 이후 쉬프는 헝가리 극우파들의 표적이 됐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피아니스트' 유키 구라모토도 내한 15주년 기념 공연을 가진다. 1999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진행된 첫 내한공연이 매진을 기록하며 성공적으로 데뷔한 이후 매년 서울 공연 매진 기록을 갱신해 온 유키 구라모토는 내한 15주년을 맞이하는 3월13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기념 공연을 선보인다. 일본에서 1986년 발매한 첫 피아노 솔로 앨범 중 '레이크 루이스(Lake Louise)'가 크게 히트하며 성공적으로 데뷔한 유키 구라모토는 이후 200곡이 훌쩍 넘는 곡들을 작곡하면서, '로망스(Romance)', '포레스트(Forest)', '파리, 윈터(Paris, Winter)' 등 수많은 곡들을 선보였다.
듣기 편하고 쉬운 '이지 리스닝(easy listening)' 계열로, 그의 음악은 국내에서 드라마와 영화 등에도 자주 삽입됐다. 1차 일본 문화 개방이 있던 1998년부터 2013년까지 판매된 앨범 수만 160만장이 넘는다. 다음달 6일에는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이 그의 음악을 비올라로 연주한 앨범 '로맨티스트'가 새로 출시된다.
조민서 기자 summ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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