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기업들 침체 딛고 일어나는 속도 느려
[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유럽 경제가 오랜 침체기를 빠져 나오고 있지만 아직 기업들의 실적에는 제대로 반영이 되지 못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3일(현지시간) 분석했다.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한 유럽 기업 235개사 가운데 실망스런 실적을 발표한 기업 수가 낙관적인 실적을 발표한 기업 수 보다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나 기업들의 실적 회복은 여전히 걸음마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또 기초소재, 헬스케어, 제조업, 금융, 유틸리티, 소비재, 통신, 서비스, 기술, 석유·가스 등 10개 업종 가운데 매출 증가세가 나타난 업종은 헬스케어, 금융, 통신 등 3개 업종에 불과했다. 기업들이 비용감축 등의 노력을 했지만 순익 증가세가 나타난 업종도 헬스케어, 유틸리티, 기술, 석유·가스 등 4개 업종에 그쳤다.
영국 롬바드스트리트리서치의 다리오 퍼킨스 이코노미스트는 "유럽 기업들의 순익은 금융 위기가 발생하기 이전인 2007년 수준을 여전히 밑돌고 있다"고 말했다. UBS의 카렌 올니 투자전략가는 "미국 기업들의 주당순이익(EPS)은 2007년 최고치 기록 보다 20% 높아졌지만 유럽 기업들은 되레 26% 뒤쳐져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유럽 기업들의 부진한 실적의 배경으로 유로화 강세, 글로벌 경제의 더딘 회복, 신흥국의 정정불안 및 시위 확산 등을 꼽고 있다.
매출 기준 세계 최대 식품기업인 스위스 네슬레는 스위스프랑 강세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 순이익이 100억스위스프랑을 기록, 2012년 보다 줄었다. 네슬레는 올해도 시장환경이 좋지 않다며 실적 개선에 대해서는 비관적으로 전망하고 있다.
유럽 최대 전기전자 기업인 독일 지멘스도 유로화 강세의 타격으로 신규 주문 증가에도 불구하고 매출액이 3%나 줄어드는 고배를 마셔야 했다. DSM, 일렉트로룩스, 라파지, 르노 등도 환율 때문에 순익에 타격을 입었다.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 등 유럽 은행들은 구조조정으로 인한 일회성 비용 지출 증가와 미국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관련 증권 부실판매 배상금 지급 등으로 실적이 쪼그라들었다.
다만 일각에서는 글로벌 경제 회복세와 유럽 기업들의 지속적인 비용 감축 노력이 맞물리며 조만간 기업들의 실적에도 훈풍이 불 것이란 기대가 싹트고 있다.
모건스탠리의 그라함 세커 투자전략가는 "기업들의 순익은 개선되고 있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면서 "올해는 최근 3년 가운데 처음으로 순익이 줄지 않는 해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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