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든파이브 입주 상인들 장사 안 돼 내쫓겨...서울시-SH공사 대형 임차인 입주 정책 논란도
10일 SH공사 등에 따르면 지난 2010년 6월 문을 연 가든파이브에 입주했으나 관리비ㆍ임대료를 장기 체납해 쫓겨났거나 쫓겨날 예정인 상인이 77명에 달한다. 빚에 몰리다 못해 자진 퇴거한 상인 19명, 명도 소송까지 진행해 2심에서 진 후 강제 집행에 의해 내몰린 상인 30명 등 이미 49명이 점포를 잃고 쫓겨났다. 나머지 28명은 2심에서 패해 강제 집행 날짜만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가든파이브에 입주한 상인이 청계천 이주(350여명), 일반 분양(약 400여명) 등 700여명인 것을 감안하면 전체의 10%가 넘는 이들이 이같은 일을 당한 셈이다.
A씨는 "그동안 시와 SH 공사의 상권활성화 약속만 믿고 자리를 지키면서 장사를 계속하느라 남는 것은 빚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SH공사가 야금야금 진행하고 있는 명도 소송을 즉시 중단하고 체납된 임대료를 탕감해주고 1년이나 3년 정도 안정된 영업을 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마련해주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SH공사도 할 말은 있다. 공공자금을 동원해 상인들에게 인테리어비ㆍ관리비를 점포당 1000여만원 이상 지원하고 각종 상권 활성화 대책을 마련해 시행하는 등 할 만큼 했다는 것이다. 영화관ㆍ아이스링크, 주말 문화 행사를 통해 젊은 유동인구들을 끌어들이고 있고, 상인들의 어려움을 감안해 명도 소송에 이기고도 1년여 이상 집행을 유보해주기까지 했다는 게 SH공사 측의 설명이다.
SH공사는 특히 최근 들어 상인들에 대한 더 이상의 지원을 중단하는 대신 백화점ㆍ쇼핑몰 등 대형 임차인(테넌트)를 유치해 상권을 활성화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2010년 상가 1개 동을 이랜드리테일의 NC백화점에 임대해 줬고, 지난 1월 말엔 현대백화점에 다른 1개 동을 통째로 빌려줘 초대형 프리미엄 아울렛으로 사용하도록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이같은 SH공사의 정책에 대해 공공 목적에 의해 특혜ㆍ재정으로 건설된 상업 시설을 대기업에게 빌려줘 이윤을 취하도록 하는 행위가 적절한 것인가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가든파이브에는 SH공사가 1조원이 넘는 돈을 투자했다. 특히 당초 장지 문정지구 물류단지 조성계획에 따라 물류시설 조성 후 나중에 들어서야 함에도 물류시설보다 먼저 들어서는 특혜를 통해 조성됐다. 사실상 법령 위반 사항이지만, 청계천 이주용이라는 공공 목적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에 대해 노동당 서울시당은 "서울시와 SH공사가 '정책실패'에 대한 반성은 없고 대형 유통자본을 끌고 와서 상권을 활성화시키려고 하는 것은 잘못됐다"며 "이주상가라는 가든파이브 본래의 정체성을 무시하지 않으면서 발전시킬 수 있는 방안을 상인들과 함께 모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