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백종민 기자] 지난해 최고 성과를 낸 행동주의 투자자이자 기업사냥꾼 칼 아이컨(77·사진)은 최근 2주 사이 애플 주식을 10억달러(약 1조780억원)어치나 사들일 만큼 배포가 두둑한 인물이다.


아이컨이 애플 주식을 대량 사들인 것은 자기의 행동에 따라 애플 주가가 상승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의 투자 사실 발표 직후 뉴욕 주식시장에서 애플 주가는 1% 가까이 올랐다. 이는 그의 과거 성과에 대해 투자자들이 신뢰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아이컨은 특정 기업 주식부터 대량으로 사들인 뒤 해당 기업에 압력을 가한다. 이런 식으로 주가를 끌어올린 뒤 내다 팔곤 한다. 이것이 이른바 행동주의 투자 전략이다. TV에서든 트윗에서든 아이컨이 언급한 기업의 주가는 곧 상승했다.


아이컨이 지난해 31%의 투자수익률을 올렸다는 것은 그의 발언이 여전히 시장에 먹힌다는 뜻이다. 심지어 지난해 그가 이끄는 기업 아이컨엔터프라이즈의 주가도 158% 급등했다. 1년 전만 해도 해도 순자산 가치 이하로 거래되던 아이컨엔터프라이즈로서는 대단한 변화다.

데이비드 아인혼, 대니얼 러브 등 행동주의 투자자들은 지난해 큰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최종 승자는 아이컨이다. 포브스, 타임, CNBC 같은 매체들은 릫2013년의 투자자릮로 한결같이 아이컨을 꼽았다.


지난해 미국 증시가 큰 폭으로 상승했지만 펀드매니저들 모두 웃은 것은 아니다. 헤지펀드에서부터 일반 주식형펀드에 이르기까지 시장 평균수익률을 초과하는 펀드와 펀드매니저는 극소수다.


아이컨의 펀드가 큰 성과를 낸 것은 무엇보다 인터넷 영상 스트리밍 업체 넷플릭스의 주가가 급등했기 때문이다. 아이컨의 투자자산 목록 가운데 3위를 차지한 넷플릭스의 주가는 지난해 연초부터 아이컨의 지분 매각 시점인 10월까지 무려 283% 급등했다.


이 밖에 제약사 포레스트 랩스와 천연가스 업체 체서피크의 주가도 각각 70%, 63%나 껑충 뛰어 아이컨의 자산을 크게 불려줬다.


아이컨과 함께 일해본 사람이라면 넷플릭스 같은 대박이 우연히 터진 게 아님을 잘 안다. 아이컨도 2008년에는 큰 손실을 봤다. 하지만 최근 5년간 연평균 수익률은 무려 27%다. 아이컨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인물은 미 대형 헤지펀드 아팔루사 매니지먼트의 데이비드 테퍼 회장 정도다.


그러나 아이컨이 올해도 대단한 성과를 올리리라 점치기는 어려울 듯하다. 그의 주요 투자 종목 가운데 하나인 허벌라이프는 올해 들어 이미 10% 이상 빠졌다. 애플도 실적부진 여파로 낙폭이 넓어졌다.

AD

올해 특히 아이컨과 애플의 다툼이 세계적인 관심사로 등장하게 될 것이다. 아이컨은 애플이 500억달러의 자사주 추가 매입으로 주가부터 끌어올려야 한다며 팀 쿡 최고경영자(CEO) 등 경영진을 압박하고 있다. 애플은 물론 그의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다. 하지만 때마침 애플의 실적이 기대에 못 미쳤다는 게 변수다.


실적부진으로 애플 주가가 하락한 만큼 주주들의 불만을 등에 업은 아이컨의 목소리는 더 커질 게 분명하다.


백종민 기자 cinqang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