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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밉다고 대일외교전략 흥분하면 절대 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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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택수 국제금융센터이사장 "외교는 국가간의 장기적인 비전게임"

[아시아경제 최창환 대기자]반일감정에 휘둘려 국가전략을 수립하면 안 됩니다."
 한택수 국제금융센터 이사장은 용기있게 말했다. 모두가 "예"라고 할 때 "아니오"라고 말하기 힘들다. 특히 일본과 관련된 문제는 국민감정을 거스르기 어렵다. 요즘처럼 일본이 막 나갈 때는 더욱 그렇다. 그러나 국내 대표적인 일본통인 한 이사장은 거침이 없었다. 한 이사장을 양재동에 있는 개인 사무실에서 만나 동북아정세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한 이사장은 우리 외교가 동북아정세를 둘러싼 상황인식이 미흡하고 중국과 일본을 대하는 장기 대응전략이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치력, 경제력, 군사력을 종합적으로 볼 때 동북아는 2강 2중 2약의 6자 체제다"면서 "미국과 중국이 2강이고 일본ㆍ소련이 2중, 우리와 북한이 2약이다. 우리가 2약이란 사실을 분명히 직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런 뒤에 국민감정에 흔들리지 말고 국익과 생존을 확보하는 장기적인 외교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의 전략으로는 이변제변(以變制變)을 들었다. 생존을 위해서는 항상 변화할 수 있는 유연한 자세로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최근 미국도 실리외교로 돌아서
변화에 대응하는 긴 안목 필요


 한 이사장은 2강인 미국과 중국의 이해관계가 이 지역 다른 국가들의 이해를 언제든지 흔들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미국이 한ㆍ중ㆍ일 동맹을 통해 중국을 포위한다는 상식적인 역학관계와 다른 견해라고 지적하자 "변곡점이 다가오고 있다"고 열변을 토했다. 미국의 이해에 따라 기존의 동맹관계가 흔들릴 가능성이 가까운 시일안에 현실화 될 수 있다는 색다른 분석이다. "미국이 유일한 슈퍼파워일때는 미국의 가치와 미국의 국익, 두 축을 중시했다"면서 " 최근에 미국의 힘이 다소 약화되면서 가치보다는 국익을 중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영향력 감소에 따른 실리 추구와 중국의 영향력 증가가 교차하는 시점에서 미국과 중국을 제외한 다른 이해관계국의 이해가 2강의 물밑대화에서 결정될 가능성을 고려하자는 내용이다.


 지난해 6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가진 비공식 정상회담을 주목했다. 서부의 캠프데이비드로 불리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란초미라지 서니랜즈에서 만난 두 정상이 무엇을 논의했는지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중국이 'G2(주요2개국) 반열'에 올라 미국과 함께 국제사회질서를 주도하는 모습을 대외적으로 과시한 회담"이라며 "중국 표현으로 '신형대국관계'라는 역학관계 변화가 일본 우익의 반발과 최근의 도발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한 이사장은 중국의 핵능력과 동북아의 이해관계 변화를 자세히 설명했다. 한 이사장은 중국이 '공포의 균형'이라는 핵억지력을 확보했는지가 중요한데 상당 수준 근접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핵능력은 핵탄두의 갯수와 핵탄두를 이동시킬 수 있는 능력 두 가지다. 중국의 핵탄두수는 100개(브래진스키 존스홉킨스대교수)에서 2000개(MIT공대) 수준으로 추산되지만 숫자를 늘리는데 아무런 제약이 없다. 운반수단은 전폭기, 핵잠수함, 핵탄두미사일 3가지인데 미사일을 통한 핵운반력은 인정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시 주석이 정권을 잡은 후 처음 방문해 공개한 부대의 이름이 2포(二砲)부대인점을 주목했다. 2포부대는 영어로 세컨 스트라이크 케퍼빌리티(second strike capabilty)다. 이는 핵공격을 받은 후 다시 공격해 상대를 응징할 수 있는 핵억제력수준인 공포의 균형을 의미하는 용어다.
 대화는 미국과 중국이 과연 핵문제를 논의했는지로 넘어갔다. 그는 "미국과 중국 간에 핵에 관한 논의가 있었다는 공식적인 증거는 없다"면서도 "중국이 공포의 균형을 달성했다고 인정한다면 미국이 다른 이해관계를 대가로 동북아에서 중국의 주도권을 일정부분 인정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의 대양해군 건설에 걸림돌이 되는 주한미군과 오키나와 미군의 철수문제를 중국이 들고 나오고 미국이 이 중 일부를 받아들일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구체적인 거래가능성을 덧붙였다.

일본 도발은 소외감 초조감 때문
한국도 명분보단 국익따져야


 한 이사장은 "신형대국관계는 중국이 미국과의 상당히 광범위한 접촉을 한 자신감과 소통의 결과"라며 이에 따른 일본의 소외감과 초조함이 동북아의 국제정세를 흔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과거에는 일본만이 미국의 소통대상이었다. 중국으로 대화채널이 다기화 되고 일본이 차지하는 비중이 현격하게 줄어들면서 일본 보수우익세력이 '미국이 언제까지 일본을 지켜줄 지' 의문을 가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의 책상에는 일본 보수언론인 히다카 요시이키가 쓴 '미국이 언제까지 일본을 지켜줄 것인가?'라는 책이 있었다.
 한 이사장은 미국의 실리외교는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실리외교의 원인은 미국경제의 취약함 때문인데 경제의 근본적인 개선이 쉽지않다는 내용이다. 이런 내용을 뒷받침하는 매킨지보고서를 보여줬다. 보고서는 부동산과 주식시장의 작은 버블로 미국의 경제가 일부 회복됐지만 빈부격차가 확대되고 사회정의는 훼손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내경제문제를 치유하기 위한 미국의 노력은 시리아와의 전쟁포기, 이란과의 협상, 수출증대노력 등 각종 고립주의 정책으로 나타나고 있다"면서 "강화된 내셔널리즘은 가치에 따른 전통적인 우방을 버릴수 있게 만든다"고 밝혔다. 과거 대만과 국교를 단절한 사례를 들기도 했다. "대만은 반발도 못하고 미국무기 수입만 늘리는 약소국의 비애를 겪어야 했다"고 부연했다.
 대화는 자연스레 우리의 대응전략으로 바뀌었다. 그는 "지금까지의 대응은 당연했고 외교적으로 위험이나 손해를 보지는 않았다"면서 "장기전략이 있느냐는 별개의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본과 중국의 긴장관계에 휘말려 중국의 바둑알로 전락했다는 오해를 받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냉철해야 한다. 친미, 친일, 반미, 반일, 친중, 반중 이런 감정적인 대응은 다 필요없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자국이익을 기준으로 다른 나라를 체스판의 말로 생각한다. 브래진스키는 유라시아 대륙이란 거대한 체스판에서 일본이라는 말로 중국을 견제할 것을 주문했었다. 한 이사장은 바둑알 신세, 체스판의 말 신세가 되지 않으려면 명분보다는 생존과 국익을 최우선에 두는 유연한 국가전략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2약의 하나인 우리가 동북아의 변화를 주도적으로 이끌어내기는 어렵다"면서 "2강의 이해관게가 교차하는 예민한 시기가 5~6년 안에 올 수 있다. 변화를 스스로 만들려기보다는 변화에 대처할 수 있는 유연한 태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최창환 대기자 choiasia@

 (사진)
 한택수 국제금융센터 이사장은 "중국말에 변화로 변화를 제압한다는 이변제변(以變制變)이 있다"면서 "우리나라가 취해야 할 태도"라고 강조했다.
 
 한택수 이사장은 누구

중 일 거물들과 소통하는 국제금융통


 한택수 국제금융센터 이사장은 일본ㆍ중국의 금융계 거물들과 직접 소통하는 국제금융통이다. 일본어와 중국어를 능수능란하게 구사해 양국 금융계인사들과 통역 없이 직접 대화할 능력을 갖추고 있다. 특히 일본통으로 꼽힌다. 지난 외환위기때 정부가 300억달러규모의 한일통화스와프협정을 체결하는데 큰 역할을 수행했다. 한 이사장은 재무부 관료시절 군사평론가 자격으로 월간지에 군사평론을 쓰기도 했다. 군사력과 경제력 등 공개된 정보를 바탕으로 한 중동정세 분석과 유가 예측이 정확해 군사관련 원고청탁을 받았었다. 1950년 서울생인 한 이사장은 서울고와 서울상대를 나오고 보스턴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재무부 공무원으로 관계에 들어와 재경원 국고국장을 지냈다. 민간에서는 코리아RB증권 회장을 역임했다.






최창환 대기자 choiasi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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