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일 조화 '홈퍼니'는 그림의 떡?= '일하는 아내'는 대견하지만 집안일을 이유로 업무를 미루는 여성동료는 부담스럽게 여기는 직장남성의 속마음일 것이다. K씨가 만난 소개팅남처럼 노골적으로 드러내지는 않지만 근무 중 "아이가 아프다"며 자리를 비우는 직장 동료나 부하 직원이 마냥 좋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업무성과를 높이고 싶다면 워킹맘에 조금 더 관대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들 홈퍼니의 특징이 K씨의 소개팅남의 불만과 대부분 겹친다는 점이다. 우선 육아 휴직을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미국은 육아휴직을 기업 자율에 맡긴다. 지난해 기준 미국에선 육아휴직을 제도화한 기업은 16%에 불과했다. 하지만 워킹맘이 일하기 좋은 100대기업은 육아휴직을 100% 시행했다. 남성육아 휴직도 미국 전체기업 평균은 15%인 반면, 홈퍼니는 83%가 시행했다. 여성 육아휴직은 8주, 남성육아 휴직은 3주였다.
이와 함께 근무시간을 선택할 수 있는 '유연근무제도'도 적극 장려됐다. 이 제도는 워킹맘들이 자녀 학교 방문으로 일찍 퇴근하는 경우 다른 날에 그만큼 업무시간을 보충하는 방식이다. 워킹맘이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에 다니는 직원 78%는 이 제도를 활용하고 있었다. 남성이 77%, 여성은 79%로 남녀의 활용비율도 비슷했다. 또 홈퍼니들은 여성 리더십 개발에도 적극적이었다. 워킹맘이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 전부가 리더십 개발 교육과 멘토링 프로그램도 갖추고 있었다. 여성 최고경영자 코칭(99%), 네트워킹(96%), 경력 카운셀링(92%) 등의 제도도 활용됐다.
◆'일하는 엄마 증가'에 제대로 준비하고 있는가= 글로벌 기업들이 '일하는 여성'을 적극 지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연구소는 시대적 배경을 핵심 이유로 꼽았다. '일하는 부모' 시대가 도래하면서 직원들이 육아를 기업 몫으로 여기게 됐다는 것이다. 실제 2011년 미국 통계국의 자료를 보면 미국의 맞벌이 부부는 57.5%나 차지했다. 남편 혼자 버는 가정은 27.4%에 불과했다. 특히 6세 이하 자녀를 둔 엄마들의 노동 참여율도 40년 새 두 배나 늘었다. 1970년 30.3%였던 워킹만 비율은 2009년 61.6%에 달했다. 부모의 헌신을 필요로 하는 어린 자녀를 둔 맞벌이 부부의 비율도 적지 않았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2012년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배우자가 있는 가구 중 맞벌이 가구는 43.5%(507만 가구)에 달해 외벌이 가구 42%(491만 가구)를 앞섰다. 2013년 통계청이 조사한 여성 취업에 대한 견해를 살펴봐도 남성의 81.2%가 여성의 취업을 원했다. 여성도 87.7%가 결혼 후 일자리를 갖기를 원했다.
최근에는 육아에 대한 아빠의 중요성 인식도 커지는 추세다. 연구소는 지난해 문화 시장 주요 키워드를 '부성애'로 꼽으며 '아빠, 어디가'와 '슈퍼맨이 돌아왔다' 등의 아빠 육아 관련 프로그램의 인기를 사례로 들었다. 다른 나라에서도 육아에서 아빠의 역할을 중시하고 있다.
기업들이 직원들의 육아에 신경쓰는 또 다른 이유는 가정 문제로 생산성이 떨어질 수 있어서다. 과중한 업무로 육아에 소홀해지는 상황에선 이직을 고려하기 쉽다. 이직 고민자들 가운데는 어린 자녀를 둔 30~40대 초반의 구성원들이 더욱 심하다. 한창 일할 나이인 이들이 회사를 뛰쳐나가는 것은 어느 기업이나 손해가 막심하다고 연구소는 전했다. 이직률이 높고 업무강도가 센 구글 등의 정보기술(IT) 업체들이 사내 어린이집을 운영하거나 세탁과 자동차 관리 등 가사일을 돕는 것도 이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결국 이들 홈퍼니는 일하는 여성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남녀 직원 모두를 위해 이 같은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셈이다. 연구소는 "글로벌 기업들이 가족친화 프로그램을 직원 전체의 문제로 보는 반면, 우리나라는 일하는 여성 문제로 보는 관점이 강하다"면서 "일과 가정의 양립은 모든 일하는 부모의 생산성을 높이는 방안이라는 점을 이해하고 적극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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