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유량 증가로 저유가,저물가,저금리,고성장 등 현실화 눈앞
미국은 이미 유가 하락의 혜택을 챙기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 에너지부 추정을 근거로 미국의 기준유종인 서부텍사스경질유(WTI) 가격은 지난해 말 배럴당 98.42달러에서 올해 말 93달러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해 7월 올해 연말께 배럴당 103달러로 상승할 것이라고 예측한 것과는 무려 10달러의 차이가 난다. 이미 올해 들어 WTI 선물가격은 이달 중순께 94.37달러로 4.5% 하락했다.
경제효과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원유와 가스를 덜 수입하면서 에너지 비용을 줄여 물가를 낮추는 데 도움을 준다. 물가지수 중 에너지 비용의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미국 소비자물가 지수에서 휘발유와 난방유 비용의 비중은 약 10%를 차지한다. 휘발유와 난방유 비용은 지난해 0.8% 하락하면서 물가상승률을 1.48%로 끌어내리는 일등공신이 됐다.미국 에너지부는 올해 유가가 5.5% 하락하면서 물가상승률을 1.7%에 그치도록 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경제전문가들도 올해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년 연속으로 2%를 밑돌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물가상승률이 2년 연속 2%를 밑도는 것은 경기확장기에는 1964~65년 이후 반 세기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물가하락은 미국 국채의 실질구매력을 높인다. 채권 가치가 올라간다는 뜻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10년 물 국채는 지난달 물가상승분을 빼고 1.76%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다시 말해 물가상승률에 비해 1%포인트 이상의 수익률을 낸다는 뜻이다. 국채로 돈이 몰릴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
원유 수입액이 줄면 달러가 해외로 덜 빠져나간다는 말이 된다. 따라서 국제유가가 올라도 달러가치 약세로 이어지지 않는다. 달러 가치가 올라간다면 수입품 가격이 싸져 물가를 더욱 더 안정시킨다. 블룸버그통신이 전문가를 상대로 설문해보니 달러는 유로당 1.3530달러에서 1.28달러로 평가절상되고 달러당 104.72엔에서 달러당 110엔으로 가치가 오를 것으로 나왔다. 같은 돈을 주고서도 더 많은 물건을 살 수 있으니 미국인들의 살림살이가 좋아질 것임은 두 말할 필요도 없다. 그동안 유가 상승은 달러 약세를 초래했는데 이 등식이 깨지게 된 것이다.
이러니 미국산 금융자산에 대한 선호도는 높아지고 미국으로 자금이 몰려 달러 강세, 금리하락의 순환구조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해볼 수 있다.
자산 22억달러를 운용하는 컴벌랜드자문의 데이비드 코토크 회장 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최근 블룸버그통신 인터뷰에서 “미국의 원유 생산이 늘수록 물가와 이자율이 낮아질 것”이라면서 “미국은 해외 달러 보유자로부터 달러를 재사용하기 위해 높은 채권수익률이라는 인센티브를 굳이 줄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외국인들은 11월 말 현재 11조8000억 달러인 미국 국채 잔액의 절반 정도를 보유하고 있고 중국과 일본은 둘이 합쳐 2조5000억달러를 보유하고 있다.
어디 이 뿐일까? 미국은 대규모 금융완화를 통한 경기부양에 힘입어 올해 성장률이 2.8%에 이르고 내년에는 3%로 가속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와 있다. 이는 곧 실업률이 하락할 것임을 예고한다. 찰스 에반스 시카고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지난 15일 미국의 실업률이 내년 말 6%나 그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의 실업률은 지난해 12월 6.7%였다.
15조6000억 달러의 규모를 자랑하는 미국경제는 저유가에 저금리, 저물가, 고성장 등 네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쥘 가능성도 점점 커지고 있다.
박희준 기자 jacklon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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