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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경영패러다임 3.0]위기의 도요타·폴크스바겐 구한 건 '노조'

최종수정 2014.01.29 11:00 기사입력 2014.01.2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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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문제로 발목잡힌 한국경제

-연례행사 된 파업에 현대기아차 누적손실 22조 ???브랜드 이미지도 타격
-韓기업, 인건비 대비 낮은 생산성?노조리스크???외투기업들에겐 큰 부담

[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한국 노동계를 상징하는 것은 단연 '붉은 머리띠'다. 최근 10년간 우리나라 근로자들의 평균 학력과 임금수준이 대폭 높아졌고 주 40시간 근무제 시행 등으로 근로환경이 개선됐지만, 여전히 노동계의 이미지는 투쟁 일변도 그대로 머물러 있다. 요구 조건을 관철시키기 위해 무조건적인 파업을 벌인다거나, 경영권 간섭은 물론 폭력시위까지 서슴지 않는 강경 일변도의 노동조합의 수가 여전히 많기 때문이다.
'귀족 노조'라는 꼬리표가 붙어있는 일부 대기업 노조가 파업을 벌일 때마다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도 싸늘하기만 하다. 현대기아자동차 노조가 출범 이후 지난해까지 파업과 특근거부 등으로 빚은 생산차질액은 무려 22조6100억원에 달한다.

더욱 우려되는 문제는 매년 이 같은 파업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노동문제가 한국 기업의 성장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 되는 까닭이다. 일종의 노조리스크인 셈이다.

시대는 변했다. 대기업들이 사회공헌에 나서듯, 이제 대형 사업장의 노조도 당장 눈 앞의 이익을 얻어내려 하기보다 경영자의 시각을 갖고 성장과 분배를 이끄는 역할을 해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도요타, 폴크스바겐 등 글로벌 리딩기업으로 성장한 기업의 뒤에는 공통적으로 노사협력이 있었다. 여러 위기 속에서도 당장의 이익을 바라보기보다 협력적 관계를 구축했던 것이 성장의 바탕이 된 것이다. 특히 자동차 브랜드들에 있어 안정적인 노사관계는 품질과 직결되고 이는 곧 판매와 브랜드 이미지 향상으로 이어진다.

세계 1위 도요타도 한때 노사 냉전시대를 거쳤다. 1953년 도요타 노조는 무려 80일간 파업을 지속했다. 2000여명이 대량 해고되고 창업자가 동반사퇴하며 존폐의 위기를 겪었던 시기다. 서로를 겨누던 칼날이 사라진 것은 그 이후다. 사측은 현장 없이 회사도 없다는 것을, 노조측은 회사가 어려우면 현장도 어려워짐을 절감했다.

1962년 도요타 노사는 상호신뢰, 회사발전, 자동차산업발전을 축으로 한 3대 노사선언을 발표했고, 이후 지금까지 단 한차례의 파업도 단행되지 않았다. 오랜 엔고 시기에는 노조의 적극적 도움으로 현지 공장의 효율화 작업이 이뤄졌다.

이는 도요타가 대규모 리콜 등 위기를 딛고 다시 글로벌 톱에 오를 수 있었던 배경으로 꼽힌다. 현대기아차가 노조 출범 이후 각 네 차례, 두 차례를 제외하고 연례행사처럼 파업을 치르고 있는 점과 대비되는 부분이다.

폴크스바겐 역시 노사화합이 성장의 기반이 됐다. 폴크스바겐은 1990년대 초반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자 인력감축과 생산기지 이전을 축으로 하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발표했다. 당장 파업이 일어날 법한 상황이지만, 노조는 어려운 경영환경을 감안해 오히려 근로조건을 양보하는 선택을 했다. 이후 사측이 고용안정을 보장키로 하며 노사 대타협을 이뤘다. 이를 통해 폴크스바겐은 노사 신뢰를 쌓은 것은 물론, 생산 유연성을 확보하고 가동률을 높이는 효과까지 얻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현대기아차 노조가 파업을 하던 시기에 현대차그룹에서는 해외 생산기지를 늘려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며 "현대차 울산공장의 생산성, 편성효율은 해외공장에 비해 훨씬 떨어진다는 점을 감안할 때, 매년 단행되는 파업이 과연 누구에게 독이 될지 깊이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대내외적 경제위기가 지속되는 가운데 연례행사나 다름없는 노조의 파업은 기업 브랜드 이미지는 물론, 국가 이미지에도 적지 않은 타격을 주고 있다. 한국에 투자하고자 하는 외국기업에 있어서 인건비 대비 낮은 생산성과 강성노조의 존재는 부담 그 자체일 수밖에 없다.

외국계 자본이 투입된 완성차 브랜드 공장들은 국내 공장 생산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해외 공장들과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바로 인근에 위치한 중국은 물론이고, 유럽, 남미, 러시아에 이르기까지 전 공장이 경쟁사다. 생산물량을 얻기 위해서 내거는 조건은 수익성이다. 이만큼 물량을 준다면 이 정도의 수익을 내겠다고 본사를 설득한다. 하지만 타 공장 대비 낮은 생산성과 노조 리스크는 늘 걸림돌이 되곤 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자동차회사 관계자는 "타 해외공장에서 한국공장은 인건비가 높고 노조 리스크가 크다고 공격하곤 한다"며 "노조가 요구조건을 걸고 파업을 단행할 때마다 전 세계 공장에서 한국공장의 경쟁력은 떨어지고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고 씁쓸함을 드러냈다.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2013년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한국의 국가경쟁력은 25위를 차지한 가운데 노사협력은 132위로 124개의 전체 세부평가 항목 중에 가장 낮은 평가를 받았다. 노사갈등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박준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사회갈등지수가 지금보다 10%만 낮아지더라도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1.8∼5.4% 높아진다"고 말했다.

한국의 노동여건역시 여전히 최하위권에 속해있다. 신흥국에 비해 임금수준은 높지만, 생산성은 떨어지기 때문이다. 여기에 각종 규제로 인해 노동유연성도 부족하다.

GM의 첫 여성 최고경영자인 메리 바라 CEO가 최근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북미국제오토쇼에서 한국GM에 대해 언급하며 "노동비가 높은 것은 경쟁력 강화 부문에 있어 문제가 있을 수 있는 만큼 한국GM의 수익성 강화를 위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한 점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의 노조가 해마다 파업을 강행하면 국가 전체의 신인도가 추락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이 같은 노사갈등이 올해부터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그간 국내 기업들의 노사분규 원인 대부분이 임금 인상과 관련된 것이었다면, 올해부터는 정년 연장,통상임금, 근로시간 단축 등이 쟁점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그간 장시간, 저임금 체계였던 국내 노동환경이 단시간, 고임금 체계의 선진국형으로 바뀜에 따른 과정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서는 선진국형 근로조건으로 가는 과정에서 노동유연성을 확보해야한 한다. 이 과정에서 노조와 마찰이 불가피하다"며 "노사 마찰이 결국 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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