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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길의 스피드건]빙상연맹 '도가니' 면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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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영화 ‘도가니’는 광주 인화학교의 장애 아동 성추행 사건을 부각시켰다. 영화 속 인화학교는 폐쇄적이다. 청각 장애 학생들을 ‘규율’으로 묶어놓고 폭행을 일삼는다. 영화가 히트를 친 뒤 학교는 폐교됐다.

최근 물의를 빚은 대한빙상경기연맹(이하 연맹)의 행정은 ‘도가니’를 떠올리게 한다. 연맹은 성추행 의혹이 있는 A코치를 대표 팀 지도자로 뽑았다. 선발 당시에는 의혹
을 몰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현장 관계자들은 다르게 생각한다. A코치와 체육대학 동문인 연맹의 고위 관계자가 묵인해 벌어진 일이라는 것이다.
연맹이 성추문으로 도마에 오른 경우는 처음이 아니다. 2011년에는 성추행 혐의가 있는 스피드 스케이팅 종목의 남자 고등학생 선수 두 명이 대표선발전에 참가했다. 연맹은 재판이 끝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출전을 허용했다. 그 결과 피해자와 가해자가 함께 경기를 했다. 두 선수는 지난해 12월 결국 소년부 송치 판결을 받았다.

성추행이나 성폭행 사건은 학교 스포츠 공간에서 적잖게 발생한다. 스포츠평론가 최동호 씨는 “서열이 뚜렷한 운동부의 특성상 코치와 선배의 권위는 변질되기 쉽다”며 “특히 성추행, 성폭행 등은 드러나지 않은 사례가 더 많다”고 주장했다.

여성가족부를 비롯한 관계기관의 조사에 따르면 성폭력 및 성추행 피해자의 신고 비율은 8%~15%다. 2008년 여성가족부는 실제 성폭력 사건이 통계의 8배 정도 발생한다고 추정했다. 운동선수 입장에서는 신고가 쉽지 않다.
성폭력상담소 활동가인 최란 씨는 “운동선수들은 성추행을 당하거나 목격해도 대학 진학 등이 어려워질 것을 우려해 신고를 주저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신고하는 경우는 대부분 운동을 그만두겠다고 마음먹은 학생들”이라고 했다.

연맹이 지금처럼 인맥과 이해로 엮인 조직인 한 자정은 불가능하다. 연맹은 A코치를 태릉선수촌에서 내보냈을 뿐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 외부 전문가를 위촉해서라도 철저히 조사하고 엄히 처벌해야 뿌리를 뽑을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인화학교와 다를 바가 없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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