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지사장에 수수료만 챙기고 폐업
자격 없는 모집원 동원도 예사


'먹튀 영업' 판치는 소형 보험대리점
AD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 지난해 소형 보험대리점(GA)에 소속된 설계사 6명은 4개월에 걸쳐 고객들로부터 130여건의 보험 계약을 유치하고 보험사들로부터 8억원에 가까운 수수료를 챙겼다. 얼마 지나지 않아 불완전판매를 이유로 보험사에 고객들의 항의 전화가 이어졌다. 단기간에 수 많은 계약이 체결되다보니 상품 설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것이다. 보험사는 일부 계약 해지를 해줬고 이에 대한 수당을 환수하려 했지만, GA는 이미 폐업 신고가 끝난 상태였다.

GA의 부당 영업행위가 끊이지 않고 있다. GA는 보험사마다 다른 상품을 한데 모아 판매하는 독립법인대리점을 말한다. 여러 보험회사 상품을 비교하며 가입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높다. GA가 국내에 첫 선을 보인 2000년대 초반엔 수십여개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6월 기준 4500개 안팎까지 늘었다. 소속 보험설계사 수가 1만명을 넘는 대형 GA들까지 생겨났을 정도로 영향력도 커졌다. 업계는 전체 보험 판매의 20% 가량을 GA가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손해보험 상품은 이미 40% 이상이 GA를 통해 판매되고 있다. 영업력이 약한 중소 보험사 입장에서는 GA 의존도가 높을 수 밖에 없다.


문제는 GA가 급증하면서 관련 부작용이 함께 늘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 GA 가운데 설계사가 500명을 넘는 대형 GA는 30곳에 불과하다. 전체의 95% 가량인 4400여곳이 설계사 100명이 채 안되는 소형점이다. 영세하다보니 소비자보호나 설계사 교육, 고객관리 등을 위한 체계를 갖추지 못한 곳이 태반이다. 이렇다보니 영세 GA에는 자격이 없는 설계사들이 상당수 활동하고 있다. 이는 곧 불완전판매로 이어지며 소비자 피해를 낳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무자격 모집인을 동원해 보험사로부터 거액의 수수료를 받아 챙긴 GA들이 금융당국으로부터 무더기 등록 취소를 당했다. 그 후로도 이같은 사례는 끊이지 않고있으며 심지어 GA를 설립한 뒤 수당만 챙기고 폐업하는 사례까지 등장했다. 이른바 '바지사장'의 명의로 GA를 설립한 뒤 수당만 챙기고 도주하는 수법이다.
또 GA 소속 설계사들은 이직이 잦아 '고아계약(보험가입자를 관리할 설계사가 없는 계약)'과 불완전판매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불완전판매로 민원이 생겨도 책임은 그 보험을 제공한 보험사로 넘어가고 GA들은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는다.

AD

GA 내부적으로는 보험사들로부터 수수료를 더 받기 위해 몸집을 불리는데만 혈안이 돼 있다는 점도 문제다. 보험사 관계자는 "보험사들은 판매 매출이 높은 GA에 수수료를 더 지급하고 있다"며 "요즘은 GA가 보험사에 먼저 접촉해 자사 보험상품을 더 많이 권유해줄테니 수수료 수익을 올려달라고 요구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가입자의 보험료를 대신 내주는 등 편법으로 계약을 유치해 온 GA가 무더기로 적발되기도 했다. 보험사기에 연루된 곳도 심심찮게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GA에 대한 관리감독 수준은 걸음마 단계다. 금융당국이 2011년부터 대형 GA의 경우 일부 공시를 의무화하고 검사를 강화하는 등 불법 행위에 대한 제재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아직 보험소비자의 눈높이를 맞추기는 부족하다는 평가다. 황진태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GA 채널의 우월적 지위 문제 해결과 보험계약 유지능력 제고가 가장 시급한 문제"라며 "GA의 건전성을 확보하고 불완전판매에 대한 책임원칙 법제화, 판매자 배상책임보험 가입 의무화 등의 규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고형광 기자 kohk0101@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