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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자' 공유를 수배합니다(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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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더디지만 내 세계를 만들어가고 있다"

'용의자' 공유를 수배합니다(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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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지동철이 한강을 뛰어내린다." 영화 '용의자'의 시나리오는 이 첫 문장으로 시작한다. 한강을 뛰어내리는 것도 모자라 거기에 한 치의 망설이도 없어야 한다니! 그 문제의 주인공 '지동철'을 연기해야 했던 배우 공유는 시나리오를 읽자마자 대번에 말한다. "이거 누가 봐도 고생길이 훤히 열리겠는데?"

그리고 그의 예언대로 고생이 시작됐다. '초스피드 리얼액션'을 지향하는 '용의자'에서 공유는 북한 최정예 특수요원 '지동철'을 연기하기 위해 온 몸을 던져야 했다. 한강 입수 장면은 말할 것도 없고, 암벽타기, 북한 주체격술, 스카이다이빙 등 대부분의 장면을 대역없이 직접 연기했다. 3개월간 몸을 만들기 위해 고구마와 닭가슴살만을 먹는 '고난의 행군'을 거쳤고, 북한말과 서울말 사이의 미묘한 늬앙스 차이를 전하기 위해 실전교육도 받았다. 촬영 현장에서의 두려움과 공포에 둔감해질 무렵, '액션'에 대한 자신감과 성취감은 커졌다. "닥치니까 하게 되더라"는 싱거운 대답도 들린다.
시사회나 영화 예고편을 본 관객들은 공유의 변신에 '공 얼티메이텀'이라는 평가를 내놓았다. 맷 데이먼 주연의 할리우드 액션 영화인 '본'시리즈에 비견된다는 얘기다. "1000억원대짜리 할리우드 영화와 순수제작비 72억원인 우리 영화를 비교해준다는 것 자체가 영광이다. 다만 계단을 거꾸로 내려가는 카체이싱 장면은 우리 영화만의 독창성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실제로 이 장면에서 사용했던 RDV(원격조종차) 장비는 할리우드에서 빌리는 데만 1억원이 넘게 든다. 어쩔 수 없이 우리만의 기술로 뚝딱뚝딱 가내수공업처럼 만들어서 촬영했다. 할리우드 입장에서 보면 우리 영화 예산은 독립영화 수준이다. 하지만 궁금하다. 그 막대한 자본과 기술을 가진 사람들이 우리가 72억원의 예산으로 이 정도의 장면을 연출한 것을 보게 되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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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던 영화 '도가니' 이후로 2년 만에 '용의자'로 복귀한 공유의 선택에 많은 이들은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낸다. 남성적이고 테스토스테론이 펄펄 넘치는 '용의자'는 기존에 공유가 보여준 달달하고 로맨틱한 이미지와 언뜻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조국에게 버림받고 남한으로 망명한 지동철은 아내와 딸을 살해한 범인을 잡기 위한 추격에 나서는데, 영화 내내 그의 대사는 A4용지 한 두 장에 불과할 만큼 간략하다. 하지만 대기업을 운영하는 박 회장(송재호 역)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되거나, 남측의 민세훈(박희순 역) 대령에게 쫓기면서도, 또 정의심에 가득찬 해직기자 출신 PD(유다인 역)의 도움을 받을 때에도 그의 눈만은 끊임없이 말하고 있다.

"관객들이 주인공 '지동철'이 가지고 있는 처절함, 말로 표현하기에는 너무나 큰 응어리를 내 몸짓과 눈빛에서 느낄 수 있다면, 그거야말로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단순히 멋있게 보이고자 맡은 캐릭터가 아니다. 시사회 이후 가장 감사했던 말은 '대사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지동철이 뭔가 끊임없이 얘기하는 느낌을 받았다'는 평이다. 또 액션영화가 처음이라서 현장이 어떻게 돌아갈지 별다른 감이 없었다. 굳이 대역을 쓰지 않은 이유는 내가 실제로 액션을 했을 때와 안했을 때의 컷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 한 두 컷이 전체 분위기를 바꾸기도 하고. 그러다보니 무섭고 위험해도 빠져들어서 하게 됐다."
'용의자'의 액션신이 남다른 이유는 원신연 감독때문이기도 하다. 무술감독 출신인 원 감독은 2006년 '구타유발자들', 2007년 '세븐 데이즈'에 이어 6년 만에 메가폰을 잡았다. 원 감독이 공유에게서 받은 첫인상은 '부드러운 커피' 같은 모습이 아니라 '초원위의 재규어'였다. "촬영할 때 원 감독님 눈에서 불꽃이 튀었다. 부산 촬영 당시 아침 일찍 혼자 나와서 8차선 도로를 막아놓고, 이리저리 구도를 잡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그런 모습을 보면 열심히 하지 않을래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또 이 영화 자체에 대한 감독님의 욕심이 느껴졌고, 그 욕심에 대해서도 지지를 보내고 싶었다. 좋은 수장 덕분에 촬영장이 재밌으면서도 위험한 놀이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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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동갑내기 과외하기'의 조연으로 시작해 영화계 데뷔 10년차를 맞이한 공유는 대중들이 생각하는 밝고 따뜻한 모습 이면으로 마이너한 감성도 풍부하다. "작지만 밀도 높은 영화"를 선호한다는 그는 "뭔가 계속해서 생각하게 하는 영화, 다 보고 나면 주변사람들에게 계속 이야기하고 싶은 영화, 나를 건드리는 영화"가 좋다고 말한다. 가령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한다면 미셸 윌리엄스가 주연했던 '우리도 사랑일까' 혹은 '블루 발렌타인'과 같은 영화를 좋아한다. "관객들을 억지로 울리지도 않으면서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하고 생각하게 만드는" 그런 영화의 시나리오가 찾아온다면 더할나위 없이 좋겠다고 말한다.

"올해가 드라마까지 합치면 데뷔 13년차인데, 아주 천천히 더디지만 조금씩 내 세계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혼자서 생각했던 것들을 이제는 겉으로 표출할 줄 알게 된 것도 마음에 들고, 이런 미세한 변화들이 반갑다. 작품을 선택할 때 나만의 감성을 녹이고 싶은 마음이 있는데, 더 나이가 들어서 내 필모그래피를 돌아보면 재밌을 거 같다. 연륜이 쌓이면 다양한 경험을 통해서 눈으로, 또 얼굴로 더 많은 것을 표현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그 부분에 대한 기대가 자꾸 커지고 있다."



조민서 기자 summer@asiae.co.kr
사진=백소아 기자 sharp2046@asia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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