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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 필리핀댁 메이의 '하염없는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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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노상래]

“보금자리는 화마에 빼앗기고…친정집은 태풍에 날아가고…”
주민들, 30~31일 청계농협 앞에서 ‘사랑의 붕어빵 나눔’ 행사

<지적능력이 떨어지는 남편에게 시집와 무안에서 10년째 살고 있는 메이씨는 며칠 전 보금자리가 불에 타 막막한 처지에 놓였다.>

<지적능력이 떨어지는 남편에게 시집와 무안에서 10년째 살고 있는 메이씨는 며칠 전 보금자리가 불에 타 막막한 처지에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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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 불타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한달음에 달려왔는데 이미 다 타버리고 재만 남은 집 앞에서 망연자실했어요…. 씨암소 네 마리도 그슬려 죽고, 하늘은 노랗고, 그저 눈물만 하염없이 흘렸습니다.”
무안군 월선리에 사는 필리핀댁 메이 발라우(32)씨는 필리핀 친정집이 지난 8월 태풍으로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수용소에서 하루 하루 끼니를 이어가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애를 태우고 있는 와중에 자신의 보금자리마저 재로 남은 심정을 이렇게 표현했다.

메이씨는 2001년 먼저 결혼·이주한 작은 동서의 소개로 2004년 20여년 나이 차의 남편에게 시집와 10년째 살고 있다.

메이씨에게는 초등학교 2학년인 아들이 오롯한 한 가닥 희망이다. 막상 시집와 보니 남편은 인지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인데다 전답 등 재산도 보잘 것 없었다. 자신을 한국으로 이끌었던 동서마저 최근 자식을 데리고 말없이 사라져 막막한 처지가 됐다.
하지만 그녀는 운명이거니 하고 봄부터 가을이면 작지만 농사를 짓고 틈틈이 동네일도 도왔다. 겨울이면 앞날을 위해 인근 장부다리 휴게소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남편과 자식 그리고 옆집에 사는 시어머니, 시동생을 정성으로 보살폈다.

그렇지만 지난 19일 화목 보일러의 과열로 발생한 화재는 열심히 살려는 메이씨의 의지를 한순간에 꺾어버렸다. 메이씨 가족은 무안군이 지원해주는 생필품으로 버티고 있다. 그나마 다행히 동네에 빈집이 있어 당분간 겨울 추위를 피할 수는 있지만 집 마련은 꿈도 꿀 수 없는 형편이다.
<뼈대만 남간 채 불에 타버린 메이씨의 보금자리를 마을 청년들이 중장비를 동원해 치워줬다.>

<뼈대만 남간 채 불에 타버린 메이씨의 보금자리를 마을 청년들이 중장비를 동원해 치워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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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소식을 접한 주민들이 이들의 딱한 처지를 보다 못해 대책 마련에 나섰다. 먼저 마을 청년들은 중장비 등을 동원해 불에 탄 집을 치워주기로 하고 이틀 만에 철거작업을 마쳤다.

또 주민들은 30~31일 이틀 간 청계농협 앞에서 ‘사랑의 붕어빵 나눔’ 행사를 열기로 했다. 여기서 얻은 수익금은 메이씨 가족에게 전하기로 했다.

서복현 월선리 마을 대책위원장은 “이처럼 안타까운 사연을 보고만 있을 수 없어 동네주민을 비롯해 청계청년회와 부녀회 등 많은 분이 나서고 있다”며 “청년들이 스스로 나서서 철거작업을 도운 만큼 재능기부도 받아 가능하면 청년회 차원에서 집도 지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노상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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