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변명했다. 그러나 생각해 보니 구차했다. 언론사들도 기업인데 먹고 살길은 찾아야 하지 않겠냐, 광고주들의 비위에 거슬렸다가는 당장 매출에 지장이 있다는 하나마나한 한심한 소리였다.
요즘 한창 진행 중인 철도 파업 보도, 송전탑 건설 갈등 등에 대한 보도만 봐도 그렇다. 외눈박이 거인처럼 보고 싶은 부분만 보고 깊은 생각없이 떠들어대는 보도로 인해 사실 관계가 왜곡되고, 당사자들이 오해를 받아 괴로워하고, 종국엔 잘못된 보도로 인해 자살이라는 극한 선택을 하는 이들마저 생기고 있다.
특히 진보-보수 등 이념의 차이라는 말로는 설명이 안 되는, 선정적이고 기본을 망각한 보도들이 지면과 화면을 가득 메우는 경우가 허다하다. 각 언론사의 사시나 편집 철학, 정치적 소신 등이 다른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왜 갈등이 파생됐는지 정확하게 원인을 파악하고 진단해 해법을 모색하려는 노력들은 간데없이, 한쪽에선 '종북 좌빨 몰이'에 열을 올리고 있고 다른 한쪽에선 대안없는 편들기식 보도가 판을 치고 있다.
언론사 시험 준비생이던 시절의 '기자'라면 정의감이 투철하고, 온갖 비리와 잘못에 절대 눈감지 않고, 언론인으로서의 사명과 역할에 충실하며, 불의에 당당히 맞설 줄 아는 이들일 것이라는 생각은 '순진한 착각'이었던가? 당장 필자만 하더라도 귀찮은 일 벌어질까 두려워서, 게을러서, 회사에 좋은 일이니까 등등 온갖 이유로 적당히 타협한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래서 고려대생 주현우씨의 대자보 글을 인용해 기자 선후배 여러분들께 다만 묻고 싶다. "안녕하시냐고요. 별 탈 없이 살고 계시냐고. 남의 일이라 외면해도 문제없으신가, 혹 정치적 무관심이란 자기합리화 뒤로 물러나계신 건 아닌지 여쭐 뿐입니다. 만일 안녕하지 못하다면 소리쳐 외치지 않을 수 없을 겁니다. 그것이 무슨 내용이든지 말입니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묻고 싶습니다. 모두 안녕들 하십니까."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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