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오만불손한 행동...영도 계승 방해"
최고 존엄이 참석한 행사에서 건성으로 박수를 쳤다는 것이 대표적이다. 북한은 판결문에서 장성택이 "역사적인 노동당 3차 대표자회에서 전체 당원들과 인민군 장병들, 인민들의 총의에 따라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를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으로 높이 모셨다는 결정이 선포돼 온 장내가 열광적인 환호로 끓어번질 때 마지못해 자리에서 일어서서 건성건성 박수를 치면서 오만불손하게 행동해 우리 군대와 인민의 치솟는 분노를 자아냈다"고 밝혔다.
장성택은 사형 집행 전 건성으로 친 박수에 대한 집중 추궁을 받은 끝에 "그때 그렇게 행동한 것이 김정은 동지의 군 영도지반과 영군체계가 공고해지면 앞으로 내가 당과 국가의 권력을 탈취하는 데 커다란 장애가 조성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자백했다고 판결문은 전했다. 영도 계승을 방해하기 위한 계획적인 행위였다는 주장이다.
또 판결문은 "놈은 무엄하게도 대동강 타일공장에 위대한 대원수님들의 모자이크영상 작품과 현지지도 사적비를 모시는 사업을 가로막았을 뿐 아니라 경애하는 원수님께서 조선인민내무군 군부대에 보내주신 친필서한을 천연화강석에 새겨 부대 지휘부청사앞에 정중히 모시자는 장병들의 일치한 의견을 묵살하던 끝에 마지못해 그늘진 한쪽구석에 건립하게 내리먹이는 망동을 부렸다"고도 했다.
시원솔직한 성품의 소유자로 알려진 장성택은 실제로 김정은 시대 들어 더욱 대담해진 모습을 보였다. 장성택은 지난 1월 열린 당 4차 세포비서대회에서 김 제1위원장이 연설할 때 삐딱하게 앉아 있는 자세로 있어 화제를 모았다. 4월 인민군 창군 열병식 때는 김 제1위원장을 비롯한 모든 지휘부가 경례할 때 혼자 손을 내린 채 멀뚱멀뚱 지켜봤고 김일성 주석 생일인 태양절에는 김 제1위원장이 머리를 들지도 않았는데 먼저 손을 내려 인사를 마치기도 했다.
김정일 위원장이 살아 있을 때는 볼 수 없었던 장성택의 태도들이다.
군사 정변 모의, 경제 전횡 등 판결문에 나온 다른 혐의들은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확인하기 어렵지만 장성택의 평소 태도는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런 점에서 장성택 처형 사태의 발단이 처조카인 김 제1위원장에 대한 '불경한 태도'에서 시작됐다고 보는 일부 시각도 현재로선 신빙성이 없어 보이지만은 않는다.
오종탁 기자 ta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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