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거짓말을 하지마라"…이나모리 경영의 비밀은 상식의 회복이었다
추락한 일본 제1항공사 JAL 다시 비상시킨 경영의 신..신간 '이나모리 가즈오 1155일간의 투쟁'
[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지난 3월19일, 일본 도쿄 시나가와 덴노즈 아일에 위치한 일본항공(JAL) 본사는 취재진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이날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나모리 가즈오(81) 회장은 "처음 이 자리를 수락했을 때 약속한 3년이 지났다"며 앞으로 경영일선에서 물러날 뜻을 밝혔다. JAL의 회장을 맡았던 2010년 2월1일에서부터 2013년 3월31일까지 총 1155일을 채우고 그는 회장직에서 내려왔다. 하지만 그가 있던 이 1155일의 시간 동안, JAL이 보여준 변화는 극적이다 못해 경이롭다.
JAL이 도쿄지방법원에 회사갱생법(기업회생절차) 적용을 신청했을 때 JAL이 안고 있던 부채 총액은 2조3221억엔, 우리 돈으로 약 20조5000억원다. 일반 기업으로는 최대 규모의 파산이었다. 일본 제1 항공사였던 JAL이 몰락의 길을 걷게 된 것은 2000년대 초반부터다. 2001년 재팬에어시스템(JAS)과의 합병 후 사업중복으로 비효율성이 커졌고, 경영비전은 모호해졌으며, 회사 내부 노조만 무려 8개가 생겨났다. 여기다 관료보다 더 관료적인 조직 내부 분위기는 전형적인 '병든 대기업'의 모습이었다. 결국 2003년 10월 366엔으로 최고 주가를 기록했던 JAL은 2010년 2월 상장폐지됐다. 마지막 거래 당시 주가는 1엔이었다.
신간 '이나모리 가즈오 1155일간의 투쟁'은 제목 그대로 JAL의 구원투수로 나선 이나모리 회장이 1000일이 넘는 시간 동안 한 조직을 머리 끝에서부터 발끝까지 어떻게 체질개선을 시켰는지 그 기적의 과정을 담았다.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JAL은 예전의 명성을 되찾았다. 2011년 3월 결산 당시 영업이익은 약 1800억엔으로 목표액보다 약 1200억엔이나 웃돌았다. 2012년 3월 결산에는 2049억엔으로 과거 최고액을 경신했으며, 같은 해 9월에는 도쿄증권거래소에 재상장했다. 파산한 지 2년 8개월 만에 이뤄낸 값진 성과다.
처음에 이나모리 회장은 JAL을 맡아달라는 제안을 정중하게 거절했다. 누가봐도 승산없는 싸움에 괜히 뛰어들어 잘 쌓아온 커리어에 흠을 남길 수도 있는 일이었다. 예전부터 국내 출장에는 JAL이 아닌 경쟁사 ANA의 비행기를 이용할 정도로 JAL에 대한 인상이 좋지 않았던 탓도 컸다. 객실 승무원부터 카운터 직원까지 딱딱한 매뉴얼대로만 행동하는 JAL 직원들의 모습에서 서비스 정신을 읽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결국 그는 80세를 눈앞에 두고, 처음으로 항공업에 뛰어들었다. 딱 3년만, 무보수로 뛰겠다는 게 그가 내건 조건이었다.
"JAL이 부패한 기업이라는 것은 일본 국민이 모두 알고 있습니다. 재생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겠지요. 그 '부패한 JAL'을 다시 바꿀 수만 있다면, 곤경에 빠진 모든 일본 기업이 'JAL도 해냈는데, 우리는 당연히 할 수 있다'라고 분발해줄 것입니다. 그런 영향력이 일본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책에는 이나모리 회장이 JAL에 뛰어들어 조직을 바꾸는 일련의 과정들이 흥미진진하게 전개된다. 이나모리 회장이 가장 먼저 한 일은 임원진들 면담이었다. 주말도 반납해가며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100명이 넘는 JAL의 모든 자회사 사장들과 1시간씩, 총 100시간이 넘는 면담을 진행했다. 또 회사 내 반대를 물리치고 간부들을 대상으로 한 리더 교육을 시작했다. 그 곳에서 이나모리 회장이 들려준 이야기는 지극히 상식적인 것들이었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소중히 여겨라", "거짓말을 하지 말라", "고객에게 정직해라" 등의 메시지는 서서히 조직을 변화시켰다.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다. JAL은 이 당연한 것들을 실천하지 못했기 때문에 사내에는 부정이 횡행했고, 실적은 곤두박질쳤다.
왜 일본 정부는 삼고초려까지 해가며 이나모리 회장을 JAL에 불러들였을까. '살아있는 경영의 신'이라 불리는 이나모리 회장은 일본의 대표기업 교세라의 창립자이자 명예회장이다. 마쓰시타 고노스케(마쓰시타 전기그룹 창업자), 혼다 소이치로(혼다자동차의 창업자)와 함께 일본 3대 기업가로 손꼽힌다. 1980년대에는 통신시장 독점에 대항해 다이니덴덴(현 KDDI)을 창립해 일본 2위 통신업체로 성장시키기도 했다. 그가 선보인 '아메바 경영'은 회사를 부문별로 쪼개 각 부문을 독립채산체로 운영함으로써 직원 모두가 경영자가 되는 방식이다. 무엇보다 직원의 행복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그의 경영철학은 내분이 극심했던 JAL의 노조를 한 편으로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했다.
JAL을 화려하게 부활시키고 난 다음 마지막 기자회견장에서 이나모리 회장은 말한다. "기업의 리더는 좀 더 강한 의지력으로 회사를 이끌어가야만 한다고 생각합니다. 경영에는 격투기를 할 때와 같은 투혼이 필요합니다. 투지 없이는 경영하기 어렵습니다. 경영자는 자신의 회사를 무슨 수를 써서라도 강하게 만들겠다는 마음가짐으로 투혼을 불태웠으면 좋겠습니다."
(이나모리 가즈오 1155일간의 투쟁 / 오니시 야스유키 지음 / 송소영 옮김 / 한빛비즈 /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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