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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스테디 레인' 지현준 "밑바닥 인생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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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나는 나의 아내다', '단테의 신곡'에 이어 2인극 '스테디 레인' 21일 개막

연극 '스테디 레인' 지현준 "밑바닥 인생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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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올해 배우 지현준은 총 4번의 변신을 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네 계절에 맞춰 다른 옷을 입고 대중 앞에 나섰고, 어떤 역할이든 자신의 존재감을 선명하게 드러냈다. 작품을 할 때마다 "자신을 온전히 던져서 몸이 괴롭든, 마음이 괴롭든, 고되고 힘든 과정을 거쳐내야 살아있는 느낌이 든다"는 이 10년차 배우는 "내 인생의 각 시기마다 거기에 맞는 작품을 만나게 됐다"고 고백한다.

봄, 지현준은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의 '빌라도' 역으로 무대에 올랐다. 자신의 양심과 유대성직자의 요구 사이에서 고뇌하는 빌라도의 모습은 때마침 신앙적으로 의문이 많았던 지현준에게는 매력적인 캐릭터로 다가왔다. 캐스팅에 대한 기대도 없이 무작정 오디션을 보러가서 "정말 말도 안되는 노래"를 불렀다. "작년에 '모비딕'으로 더뮤지컬어워즈 신인상을 받았다. 그래서 이지나 연출가가 내가 노래를 잘 할 줄 아셨나보다(웃음). 연습하면서 깨지고 욕먹으면서 뮤지컬이라는 장르를 겨우 알게 됐다. 배우로서는 연기하고, 춤추고, 노래할 수 있는 최고의 무대다. 차근차근 잘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름, 그가 선택한 작품은 연극 '나는 나의 아내다'이다. 최근 한국연극평론가협회가 선정한 '올해의 연극 베스트3'에 든 작품이기도 하다. 여장 남자인 샤로테가 나치 치하를 거쳐 통일 후 독일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온 삶을 배우 한 명이 35명의 역을 맡는 모노극이다. 처음 제안이 들어왔을 때는 혼자서 감당하기 버거운 작품이란 생각에 세 번을 거절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삶 전체를 되돌아보는 계기"이자 "내가 뭘 잘 할 수 있는지에 대해 물어보는 전환점"이 됐다. "혼자서 무대를 채워가기 때문에 가장 두려운 게 관객들이었다. 두 시간 동안 같이 죽느냐, 같이 사느냐의 문제였다. 제대로 표현하려면 내가 올바로 서있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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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국립극장의 국가브랜드공연인 대작 '단테의 신곡'에 주인공을 맡았다. 앞선 두 작품을 통해 종교와 철학에 대한 각각의 해답을 얻었다면 '단테의 신곡'은 이 두 가지에 대한 종합결과물이었다. 우연의 일치인지 서른다섯의 나이에 서른다섯 살의 단테 역이 찾아왔고, 연극 무대로는 최대 규모였음에도 매 회 공연이 전부 매진됐다. 박정자, 정동환 같은 대선배들이 일찍 나와 연습을 위해 몸을 푸는 모습을 매일 같이 보면서 연극을 대하는 그 삶의 태도에 감동하기 일쑤였다. 하지만 작품이 끝나고는 오히려 길을 잃은 느낌이었다.

"'단테의 신곡'을 끝내고 나면 작품의 결말에 해당하는 나만의 결론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다시 세상에 돌아와서 길을 잃었다. 뭐가 맞고 틀린지도 잘 모르겠고, 내가 믿었던 지점들이 흔들리는 느낌마저 들었다. 내가 하고 싶은 연기말고, 나를 보러 와주는 관객들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를 고민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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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이번엔 다시 2인극이다. 이달 21일부터 충무아트홀에서 개막하는 연극 '스테디 레인'은 범죄의 도시 시카고에서 저마다의 방법으로 아슬아슬하게 버티던 두 남자의 파멸과 몰락을 그려낸 느와르 작품이다. 지현준은 "'단테의 신곡'으로 천국에 오르고 나서 '스테디 레인'으로 다시 세상 밑바닥에 던져진 느낌"이라고 말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를 진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작품"이자 "인간의 내면 깊숙이 감추고 있는 악마성을 보여주는 작품"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나이가 들어서도 행복할 수 있는 직업을 찾다가 배우의 길로 접어든 지 벌써 10년이 됐다. 무작정 연기를 배우겠다고 연희단거리패를 찾아가 이윤택 연출가에게 연기의 기본을 배웠다. 최근에는 뮤지컬, 방송 등에도 하나둘 얼굴을 내밀고 있지만 "연기의 뿌리는 연극"이라는 생각은 변함없다. 기타를 배워도 손가락이 한 번 터져야 하고, 춤을 배워도 다리를 한 번 찢어야 직성이 풀린다는 그는 "예전에는 뭔가를 더 보여주려고 했지만 이제는 덜어내고 줄이려고 한다. 아마 그 첫 무대가 '스테디 레인'이 될 것"이라고 한다.



조민서 기자 summer@asiae.co.kr
사진=백소아 기자 sharp204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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