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 내년 국제감사기준(Clarified ISA) 도입을 앞두고 회계업계가 속앓이를 하고 있다. 모회사 감사인이 연결 대상 종속회사의 감사까지 책임지도록 제도가 바뀌는데 모회사 감사인이 된다고 해도 자회사 감사까지 통째로 맡기엔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자칫 자회사 감사를 맡지 못하는 상황에서 책임범위만 넓어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5일 회계업계에 따르면 국제감사기준은 모회사의 감사법인이 연결대상 종속기업의 감사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를 통해 연결재무제표의 신뢰성을 높인다는 취지다.

예컨대 지금까지는 A회계법인이 모회사를 감사하면서 자회사1의 감사는 B회계법인, 자회사2의 감사는 C회계법인이 맡았다면, A회계법인은 B회계법인과 C회계법인의 감사의견을 인용하면 특별한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국제감사기준이 도입되면 A회계법인은 연결 대상 종속회사인 자회사1, 자회사2에 대해서도 직접적인 감사책임이 부과된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기업입장에서는 감사의 효율성을 도모할 수 있고, 회계법인도 모회사 한 곳만 잡으면 종속되는 자회사 감사까지 요구할 명분이 생겼다고 반색하기도 했다. 문제는 이러한 '감사법인의 통일'은 이론적으론 가능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한 대형회계법인 회계사는 "현실적으로 '갑' 입장에 서 있는 기업은 회계법인을 한 곳만 아는 것보다 여러 곳을 두루두루 아는 게 좋다"며 "결국 감사는 모회사만 하면서 자회사까지 책임지는 등 책임한도만 커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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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상당수 그룹들이 모회사와 종속기업의 감사법인을 달리 하고 있다. ㈜SK는 삼정회계법인이 감사법인이지만 종속회사 가운데 SK네트웍스는 한영회계법인, SK이노베이션은 안진회계법인이 감사를 맡고 있다. 현대중공업의 감사법인은 삼정회계법인이지만 종속회사 하이투자증권은 안진회계법인이, 현대차는 안진회계법인이 맡고 있지만 종속회사 현대캐피탈은 삼정회계법인이 맡고 있다.


회계법인의 입장도 애매하긴 마찬가지다. 한 회계법인이 수많은 자회사를 거느린 모회사의 감사를 통째로 맡으려면 회계사 수백명을 일시에 감사인원으로 투입해야 하는데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업계 관계자는 "드물게는 국제감사기준을 근거로 자회사까지 달라고 요구하는 회계법인도 있겠지만 많지 않을 것"이라면서 "이렇게 되면 모회사 감사인 입장에서는 감사하지 않은 부분까지 책임져야 하는 불편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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