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 국회로 넘어간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안(단통법)을 놓고 주무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가 휴대폰 제조사에 일침을 놨다. 제조사들이 단통법에 대해 반대 입장을 언론에 흘리는 것에 대해 불쾌감을 드러내면서 법안 추진 의지를 강력하게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명시적으로 거론하진 않았으나 제조사는 사실상 삼성전자와 LG전자를 지칭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래부는 “국내 매출액 비중이 매우 미미함에도 불구하고 마치 국내 제조업이 붕괴되는 것처럼 주장하고 있으나, 오히려 대형 제조사가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불투명한 장려금으로 시장을 교란하면 후발·중소 제조사 등의 공정경쟁이 어려운 것이 현재 구조”라면서 “제조사들이 글로벌 플레이어로 성장한 것은 국민의 지원 때문임을 인식하고 가계통신비 경감에 동참해 달라”고 촉구했다.
정부 부처가 ‘일부 제조사’를 직접 거론하며 혼란을 가중시키지 말라고 ‘당부’한 것은 이례적이다. 미래부는 전날인 18일에도 방송통신위원회와 공동으로 설명회를 열고 “제조사가 주장하는 영업비밀 공개, 일률적 단말기 가격 강요 등은 사실이 아니며 차별적 장려금에 대한 조사로 국내 시장이 무너진다는 주장은 침소봉대”라며 조목조목 반박하기도 했다.
또한 당부라는 표현을 빌렸지만 제조사의 의견 표출을 막는 권위적인 태도라고 반발했다. 업계 관계자는 “단통법에 대해 이해관계자들이 다양한 형식으로 의견을 제시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미래부 태도는 토론과 논쟁을 하지 말라는 것인데 우려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미래부가 이틀 연속 설명자료를 내며 민감하게 반응한 것은 그만큼 단통법의 국회 통과를 중요하게 여기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미래부가 출범한 이후 여러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국민이 확실히 체감할 만한 부분은 없었다”면서 “통신비 경감은 국민생활에 밀접한 데다 정권의 공약사항인 만큼 미래부가 강력하게 밀어붙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식 기자 grad@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