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청동이 변했다…古風 대신 外風
어딜까요…청담동이 아닙니다
[아시아경제 임혜선 기자] "다른 시내와 달리 고즈넉한 멋이 있어서 삼청동을 좋아했는데, 이제는 대표적인 상업골목이 된 것 같아 안타깝네요."
서울 삼청동을 찾은 김진숙(45)씨는 즐비하게 늘어선 프랜차이즈 커피숍에서부터 줄지어 해외 화장품ㆍ패션브랜드 숍을 보고 삼청동의 옛 멋을 잃어버리는 것다며 아쉬워했다. 김 씨는 "경복궁 담벼락을 따라 길을 걷다 만나는 아기자기한 상가와 미술관에서 느끼는 여유로움이 사라졌다"면서 "문화예술 특화거리로 지정했다고 들었는데 시내 상업지구와 다른 점을 모르겠다"며 고개를 저었다.
삼청동이 해외 브랜드의 경연장으로 바뀌고 있다. 경복궁 북동방면인 삼청동 거리는 북악산으로 연결되는 도로를 따라 갤러리숍과 특색있는 음식점들이 위치해 있던 서울 대표 문화의 거리다. 하지만 최근 몇년간 프랜차이즈 커피숍이 잇따라 들어서더니 화장품, 패션, 액세서리 등 해외브랜드가 삼청동 중앙로 상권을 점령했다. 한국 문화에 녹아들어가 친밀감을 높일 수 있는 마케팅 효과가 입증되면서 해외브랜드가 앞다퉈 삼청동에 진입한 탓이다.
24일 찾은 삼청동 거리 초입에는 영국 생활용품 브랜드 캐스키드슨과 아웃도어브랜드 밀레의 이탈리아 프리미엄브랜드 라파피리가 자리잡고 있다. 라파피리는 다음달 6일 개장을 위해 한창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들 브랜드 외에도 삼청동 거리를 걷다보면 해외브랜드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영국 남성패션브랜드 바버와 일본 화장품브랜드 SK-Ⅱ 피테라하우스, 오스트리아 액세서리 브랜드 스와로브스키, 아가타파리, 미국 화장품 브랜드 키엘, 영국브랜드 러쉬 등. 해외 브랜드 사이사이에는 고디바, 커피빈 등 프랜차이즈 커피숍이 포진돼 있다.
해외브랜드가 삼청동에 진출하는 이유는 유동인구가 많은 데다 국내 시장에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해외 브랜드들이 삼청동을 '해외 브랜드가 한국적인 정서와 어떻게 결합할 수 있느냐'를 보여줄 수 있는 공간이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삼청동을 찾는 사람들도 내외국인 관광객과 지역주민 등으로 다양해지고 있다. 실제로 이날 삼청동의 패션브랜드 매장과 커피숍 등에는 중국인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캐스 키드슨 삼청동 매니저는 "삼청동에 위치한 브랜드 매장에 방문하는 고객들은 보다 여유로운 마음을 가지고 매장에 들르는 것 같다"며서 "브랜드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여유롭게 풀어낼 수 있고, 자연스럽게 매출로도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삼청동의 고즈넉한 멋을 즐기려는 사람들의 실망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삼청동을 찾은 조슬기(29)씨는 "서울 시내 상권과 별 차이가 없다"면서 "강남이나 명동이나 삼청동이나 개성이 없다"고 말했다. 조 씨는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매장을 열고 싶은 기업들의 마음도 이해하지만, 적어도 그 거리의 멋을 해치치 않으려는 노력을 해야한다"고 했다.
임대료가 치솟으면서 신진 디자이너들의 매장이 설 곳도 사라지고 있다. 삼청동 한 액세서리 매장 점원은 "대형업체가 들어서면서 입점 경쟁이 치열해져 임대료가 천정부지로 높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몇 해 전까지만해도 삼청동은 개인 디자이너들이 의류, 액세서리 등을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곳이었는데 디자이너 매장이 한달에 1~2곳씩 문을 닫고 있다"고 했다.
삼청동 일대 상가 월세는 최근 400만~500만원까지 뛰었다. 삼청동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삼청동 대로변에 위치하고 전용면적이 100㎡ 정도의 매장은 보증금 1억원에 월 480만원 정도"라며 "대기업 프렌차이즈와 화장품 브랜드가 삼청동과 어울리지 않게 건물을 리모델링하는데, 삼청동에 녹아들 수 있는 인테리어에도 신경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키엘 관계자는 "삼청동 매장은 한국의 전통을 존중하고 함께 지켜나가기 위한 행보"라며 "삼청동 매장 2층에는 디자이너들이 전시하고 작업할 수 있는 공간으로 구성됐으며, 이곳에서 판매되는 제품의 수익금 일부는 삼청동 지역사회에 기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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