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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미친 *가 이런 엉터리 협약을 체결해놨어?"

최종수정 2013.10.25 10:55 기사입력 2013.10.25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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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지하철9호선 재구조화를 계기로 본 민자사업 개선 방향...전문가 육성·제도적 개선·책임자 처벌 등 필요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지난 22일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하철9호선 재구조화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서울시

지난 22일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하철9호선 재구조화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서울시

"어떤 미친 **가 이런 엉터리 협약을 체결해 놨나 깜짝 놀랐다."

지난해부터 서울시와 서울시메트로9호선(주) 사이에 진행된 지하철 9호선 실시협약 변경 협상 과정에 참가했던 한 서울시 간부는 당시 협약 내용을 보고 자신도 모르게 격앙된 말이 터져 나왔다고 말했다. 시와 메트로9호선이 이명박 시장 시절인 지난 2005년 5월 체결한 실시 협약에 엄청난 특혜성 조항이 다수 포함돼 있고, 시에 일방적으로 불리한 내용들이 가득해 있어 경악을 금치 못했다는 것이다.

실제 서울시가 최근 메트로9호선과 실시협약을 변경하면서 공개한 기존 협약 내용을 살펴 보면 문제투성이다. 무엇보다 지하철 9호선 전체 사업비 3조5000억원 중 16%에 불과한 5458억원을 투자했음에도 불구하고 전체 운영권을 독점하도록 한 것 자체가 엄청난 특혜였다. 게다가 시는 메트로9호선 측에 시중 금리보다 턱없이 높은 세후 실질수익률 8.9%를 보장해주기로 했다. 시는 또 당시 많은 부작용으로 논란이 많아 폐지가 논의 중이던 최소운영수입보장제도(MRG)를 그대로 적용해줬다.

이에 따라 시가 이미 메트로9호선 측에 준 돈은 2009년 131억원, 2010년 293억원, 2011년 414억원 등 이미 838억원에 달한다. 아직 지급하지 않은 2012년분도 429억원이다. 메트로9호선 측은 시중 금리보다 훨씬 높은 수익을 30년간 '앉아서' 거둘 수 있도록 보장받았던 셈이다. 게다가 메트로9호선 측은 매년 상가임대ㆍ광고 등 100억원 안팎의 각종 부대 수입을 '운영 수익'에 포함시키지 않고 고스란히 가져가도록 보장 받았다. 갈수록 줄어들게 마련인 운영비도 30년간 변경할 수 없도록 했다.

결국 서울시는 지난해부터 약 1년 6개월간에 걸친 협상을 통해 현대로템ㆍ맥쿼리 등의 주주를 전면 교체하는 한편 새 주주들과 운임결정권 환수, 실질수익률 인하(8.9%→4.86%), 운영 수익을 부대수익에 포함, 5년마다 운영비 재검토 등 특혜를 없애는 내용의 실시 협약을 새로 체결했다.
문제는 앞으로다. 서울시뿐만 아니라 전국의 각 지자체들이 부족한 재원 탓에 주요 사회간접자본(SOC)이나 공공시설을 민자에 맡기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지만, 제대로 된 대책을 마련하지 않을 경우 이번 메트로9호선의 경우처럼 민자사업자에게 지나친 특혜를 줘 혈세를 낭비하는 일이 계속될 우려가 높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기관장의 무리한 정책 추진을 제어하고 공무원들의 민자사업 관련 전문성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또 외풍을 막고 정확한 수요예측을 위한 제도적 개선, 부정확한 용역 또는 행정 행위에 대한 처벌 등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서울시만 해도 이번 실시 협약 변경 과정에서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는 메트로9호선 측과 협상을 하면서 큰 어려움을 겪은 후 '전문가 육성'의 필요성을 강하게 느끼고 있다.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지하철 9호선은 일단락됐지만, 우리나라에 민자사업 구조를 잘 파악하고 외국계나 민간기업을 상대할 만한 행정가가 전무한 실정이라 앞으로 지자체가 불리한 계약을 체결할 확률은 여전히 높다"고 토로했다. 협상을 맡았던 실무자도 "우리 입장에선 최대한 수익률을 낮추고 관리운영권 가치를 내리는 것이 목적이어서 강하게 압박을 했지만 쉽지 않았다"며 "공무원들은 모두 행정직이라 법무ㆍ회계ㆍ교통쪽 지식이 없어서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아서 하느라 시간도 오래 걸리고 곤란한 점이 많았다"고 말했다.

또 최고위층 등의 외압을 막고 정확한 수요 평가 및 사업 검증ㆍ심의 등을 위한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 따르면 전국 지자체 244곳을 조사한 결과 지방의회, 민간투자심의위원회 등을 통해 민자사업에 대해 제대로 심의하고 감시하는 곳은 매우 드물다. 민자사업에 대한 포괄적 규정이 담긴 기본 조례를 제정한 곳은 17곳(7%)에 불과하고, 민자사업 실시 협약사항을 의회에 보고해 검증을 거치는 곳도 5곳에 그친다. 심의위 회의록 공개를 의무화한 곳도 5곳뿐이다. 요금인상 등 시민들의 부담과 직결된 협약 변경 등을 의회에 보고하도록 규정한 곳은 '경기도' 한 곳뿐이었다. 이에 대해 경실련 국책사업팀 관계자는 "민자사업에 대한 의회동의와 보고, 의견청취 규정을 강화하고 민간투자심의위원회의 기능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조례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며 "민자사업은 될 수 있으면 정부 재정을 아예 투입하지 않는 게 좋으며, 정확한 수요 예측을 하도록 하는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재발방지를 막기 위해 잘못된 용역ㆍ행정 행위 책임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강희용 서울시의회 의원은 "미래를 예측하기는 어렵고, 일방적으로 연구자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적절치 않지만 잘못된 연구 용역 결과에 대해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는 반드시 필요하다"며 "중앙, 지방 정부가 그동안의 민간투자사업에 대해 전반적 평가를 통해 협약 모델ㆍ협상 절차 등에 대해 표준 모델을 만들어 앞으로 참고하도록 하는 것도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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