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물갔던' 대주주 적격성 심사, 동양 덕에 이슈 재부상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동양그룹 사태를 계기로 잠잠했던 금융회사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 논란이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동양의 대주주인 현재현 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가 일부 금융계열사를 '사금고'로 활용했다는 정황이 '대주주 적격성'을 따지기에 더 없이 좋은 이슈이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14일 "동양그룹 문제가 불거진 만큼 정기국회 기간 동안 대주주 적격성 문제가 본격적으로 다뤄질 것으로 본다"면서 "다만 이미 관련 법안을 제출한 만큼 현재로서는 수정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대주주 적격성 문제는 지난 6월 금융위의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논의될 당시 상당한 진통을 낳은 바 있다. 개정안에는 은행과 저축은행에만 적용되는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보험, 증권 등 다른 권역으로 확대하는 내용으로 강력한 제재사항인 '금융연좌제'는 빠졌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6월과 7월에 걸쳐 법안심사소위원회를 개최하고 개정안을 논의했지만 여야간 주장이 팽팽히 맞서면서 지금까지 3개월 이상 다루지 않았다.
야당(민주당)은 금융사 진입 이후에도 주기적으로 대주주의 적격성을 따져야 한다는 소위 '동태적 적격성 심사'를 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여당과 정부는 과잉규제라면서 '사안이 발생할 때 심사해야 한다'는 견해를 나타내면서 양측이 의견 접근을 보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이번 동양사태를 계기로 국회의 논의에도 변화가 나타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여야간 의견대립이 첨예한 상황이지만 강력한 규제안을 채택했던 야당의 우세로 바뀌는 게 아니냐는 견해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동양그룹 사례를 보더라도 대주주의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살필 필요가 있다는 야당의 자신감이 한 몫 했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위 관계자도 "솔직히 야당 쪽에 무게중심이 쏠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야당은 본격적인 논의에 앞서 국정감사부터 대주주 적격성 문제를 제기한다는 방침이다. 김영주 국회 정무위원회 야당 간사는 "오너의 전횡이 동양그룹 이외에도 적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면서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 대한 논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기준(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도 "금융권에 진입한 대주주를 지속적으로 심사하는 게 필요하다"면서 "금융위 국정감사부터 동태적 적격성 심사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하게 어필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정기국회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 논의는 이전과는 다른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대주주 적격성은 크게 해당 대주주의 '재무능력'과 '사회적 신용'을 구분해 판단하는데, 법안 심사가 이뤄졌던 6월에는 '사회적 신용'에만 초점이 맞춰졌다. 사회적 신용은 범법행위와 같은 도덕적인 행위를 포함한다.
하지만 현재현 동양 회장의 경우 사회적 신용 보다는 재무적인 측면이 부각되고 있다. 자금여력이 부족해지면서 대주주의 적격성이 훼손됐다는 판단에서다.
금융위 관계자는 "대주주의 재무적인 요소는 그동안 적격성을 심사하는데 별다른 이슈가 되지 않았지만 동양사태를 계기로 이 부분의 비중이 높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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