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기금, 현금지급률 액면가의 4%도 안돼
금융사 돌려받을 가능성 거의 없어 매입률 낮아져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국민행복기금(이하 행복기금)이 채무자 감면혜택을 주기 위해 일괄매입한 채권의 현금지급률이 액면가의 4%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금지급률은 행복기금이 금융기관으로부터 사들인 연체채권 액면가 대비 매입가를 가리킨다. 연체채권을 매각하는 금융사 입장에서는 현금지급률이 낮을수록 거둬들이는 수입이 적어진다. 이는 당초 금융위원회가 일괄매입 현금지급률로 예상했던 6% 보다 낮은 수준이다.
8일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김기준 의원실(민주당ㆍ정무위원회)에 제출한 '국민행복기금 일괄매입 현황'에 따르면 행복기금이 금융회사들과 약정한 현금지급률은 3.72%로 나타났다. 추후 정산과정을 거치지 않는 '확정매입' 방식이 4.40%인 반면, 사후정산방식의 현금지급률은 평균보다 낮은 3.54%였다.
일괄매입 마감시점인 올해 8월 말 현재 행복기금이 사들인 채권 규모는 3562개 금융사의 94만명 분에 해당하는 액면가 9조9091억원 어치다. 현금지급률(3.72%)을 감안할 때 캠코가 채권을 사들이기 위해 실제 지불한 매입대금은 3688억원이다. 금융위의 예상대로 6% 수준이었다면 행복기금이 지불해야 할 대금은 5000억원을 웃돌았을 것이다.
행복기금은 지난 6월21일과 같은 달 28일, 7월5일, 8월30일 등 4회에 걸쳐 금융회사와 연체채권 일괄양수도계약을 체결했다. 현금지급률이 예상보다 낮아진 데는 연체채권의 질(質)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다.
캠코 관계자는 "매입률을 산정하기 위해서는 채권연령과 다중채무 정도 등을 따져야 하는데, 매입한 채권들을 살펴보니 질이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채권연령이 높을수록 금융회사의 회수가능성은 줄어들고 대손충당금이 증가하게 된다. 회수 가능성이 희박하다보니 매입률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금융위 관계자는 "5~6년 이상된 채권의 경우 현금지급률은 1%에 못 미친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행복기금 일괄매입에 앞선 지난 4월 채권연령과 채권원금, 채무액 등을 고려해 신용등급을 30단계로 구분해 매입률을 제시한 바 있다. 1등급의 경우 24%대인 반면, 30등급은 1%에 불과하다.
현금지급률이 당초 예상을 밑돌면서 3562개 금융회사 가운데 절반 이상인 1955개사가 사후정산방식을 선택했다. 채무자가 채무조정에 동의하지 않을 수 있다는 위험을 감수하고 회수가능성에 일말의 기대를 걸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행복기금이 채무자와 협약을 맺어 액면가의 10%만 회수해도 금융회사가 챙기는 몫은 현금지급률 3.54% 보다 많아지게 된다.
이에 따라 액면 기준으로 사후정산 방식이 적용된 채권규모는 전체의 78.4%인 7조7765억원 어치에 달한다. 반면 2조1326억원 어치 채권은 확정가 현금지급률이 적용됐다.
캠코 관계자는 "금융사 입장에서 일괄매입으로 재미를 보기는 어렵다"면서 "그렇다고 손해를 보는 구조도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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