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촌동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120년만의 귀환, 미국으로 간 조선악기 특별전’ 개막 행사에서 국립국악원 단원들이 식전 공연을 하고 있다. 사진은 무용수가 '춘앵무'를 추는 모습.
지난달 30일 '춘앵전'이 은은히 펼치지는 가운데 120년만에 귀환한 '조선 악기'8점을 맞이하는 행사가 국립중앙 박물관에서 열렸다. 이날 펼쳐진 '춘앵전'은 각종 궁중 연회 등에서 불리워진 조선 후기 음악의 진수다. 1인 무용수가 무대 중앙에서 신비로운 선율에 맞춰 느리고 우아한 자태로 일정한 동작을 펼치며 봄날의 화창함을 형상화한 게 특징이다.
춘앵전은 1893년 '시카고 만국박람회'에서 우리나라 최초로 이뤄진 해외공연의 한 레퍼토리이기도 하다. 춘앵전 등 우리 전통음악이 서양에 첫 소개되자 조선 음악의 선율, 박자, 자연친화적 악기 등은 당시 서양인에게 독특한 음악세계로 비쳐졌으며, 클리블랜드 미 대통령은 "신비로운 음악"이라고 극찬했다. 따라서 우리나라를 문화예술이 뛰어난 나라로 인식시킨 음악이다.
시카고 만국박람회'는 박람회의 고전이며 문물과 과학, 산업의 경합장으로 세계화의 원조 무대로 꼽힌다. 시카고 박람회는 음악ㆍ연극 등 각종 예술 공연, 철학ㆍ의학ㆍ경제 등 학술 회의 등이 더해져 그야말로 종합 문화 전시장을 방불케 했다. 프랑스 파리, 영국 런던 등 유럽에 자극받은 미국은 자신들의 문물과 힘을 과시하고자 콜럼버스 신대륙 발견 4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획기적인 박람회를 계획했다. 시카고는 당시 늪 지역인 호수 주변을 박람회장으로 조성했다. 전체 회장의 계획 및 설계의 총괄은 동부의 유명한 조경가이자 센트럴파크의 설계자인 '옴스테드'(Olm-sted)가 맡았다.
박람회장 건축에는 철제와 목재로 된 구조에 시멘트, 석고 등이 사용됐고 세계 최초로 마감용 스프레이건을 사용, 외벽에 흰색 페인트가 뿌려졌다. 개막식 때 클리블랜드 미국 대통령이 개막 버튼을 누르자 작동된 전구와 모터로 본 방문객들이 경악했다는 일화가 있다. 시카고 박람회는 1893년 5월1일부터 10월30일까지 열렸고, 미국 각 조와 세계 47개국이 참가, 관람객 2700만명을 기록했다.
이번에 귀환한 악기들은 당초 박람회에 사용됐던 악기 중 보관 상태가 좋지 않은 해금과 용고가 빠졌다. 고국 땅을 밟은 악기는 거문고, 당비파, 양금, 해금, 피리(2점), 대금, 생황, 용고, 장구 등 8점이다.이번 '미국으로 간 조선 악기-120년만의 귀환'전은 10월1∼12월1일까지 진행된다. 관람은 무료다. 전시는 총 3부로 구성돼 있다. 1부 '시카고만국박람회와 조선 전시실', 2부 '시카고만국박람회와 조선 음악', 3부 '국악 유물' 등이다.
1부에선 '시카고만국박람회' 참가 배경과 추진 과정, 시카고 만국박람회장, 정경원 사무대원 등 당시의 사진 기록과 해설을 중심으로 소개되며 2부에선 위엄 있는 용무늬가 조각된 '가막쇠'(장구의 가죽과 울림통을 고정시켜 주는 고리 못), 화려한 수가 놓인 '조이개'(장구의 좌우 소리를 조절하는 깔때기 모양의 가죽 부속)가 특징인 장구, 현존하는 가장 오랜 당비파, 피리의 '서'(대나무 관대로 만든 떨림판) 앙금, 해금, 성황 등 시카고 박람회 출품 악기를 볼 수 있다.
3부에선 궁중음악과 향악, 당악을 집대성한 악서 '악학궤범' 전 권과 세조 때 음악을 모아 악보로 편찬한 '대악 후보'(보물 제1291호), 조선 후기 대표 화가 김홍도와 신윤복의 국악 연주 그림, 고종 즉위 40주년 기념 궁중행사를 그린 '임인진연도 병풍' 등 조선 후기 음악 풍속도 및 국악 유물을 만날 수 있다.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이번에 전시된 유물 등은 우리 음악의 흥과 멋이 집약된 것으로 지나온 과거를 돌아보고 국악의 내일을 바라볼 수 있는 소중한 민족문화 유산"이라면서 "미국에 간 조선 악기의 귀환을 계기로 우리 음악의 아름다움을 계승 발전시켜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규성 기자 pea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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