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DNA 명인명품 <13>강령탈춤 예능보유자 배우 송용태
[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부리부리한 눈, 육중한 몸집, 짙은 홍조의 낯빛을 띤 그는 영락없는 '취발이'였다. 우렁찬 목청도 여인을 유혹하는 파계승을 비꼬며 '나쁜 짓'을 처단하는 듯 호령하는 역할에 어울렸다. '강령탈춤'의 취발이로 탈춤을 전승하고 있는 인간문화재인 그는 사실 TV에서 흔하게 만나왔던 익숙한 인물이다.
"내 몸 속의 알 수 없는 끌림이 작용했다. 아마 근본적인 민족성과 혼이 있을 것이다. 배우로서 우리 몸짓과 소리를 알아가려면 '탈춤'이 나에겐 절실했다. 오랫동안 탈춤을 춰 왔지만 탈춤의 정수를 느꼈다고는 말할 수 없다. 여전히 배워야 할 것들이 많다."
24일 오후 송씨와 만나 이야기하는 동안 그가 왜 탈춤을 오랫동안 추고 있는지가 어렴풋이 이해됐다. 우리나라 대표 전통연희인 '탈춤'을 추는 이 역시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다. 탈춤의 매력에 대해 묻자 그는 상기된 표정으로 결국 구수한 소리까지 들려주며 '강령탈춤'을 소개했다. 송씨는 "사자춤, 노승과 취발이춤, 영감과 할미광대춤 등 총 7과장의 상이한 에피소드로 구성된 탈춤에서 주로 '취발이'를 맡고 있는데, 노승을 물리치고 난 후 취발이가 노승이 유혹한 여인을 취해 아이를 낳게 하는데 풍자와 해학이 이것만큼 클 수가 없다"면서 "힘센 기운의 취발이의 탈바가지 색깔은 울긋불긋하고 울퉁불퉁한 데 반해 노승의 탈은 검고 힘없어 보이는데 캐릭터의 대조를 극대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씨는 지난 1970년 강령탈춤 보유자인 김실자, 김정순 선생에게 춤을 지도받았다. 40년이 흐른 지금 강령탈춤보존회에서 남성 연희자로는 가장 오래 활동한 이가 그다. 송씨는 "예전엔 황해도에서 실제로 이 탈춤으로 놀았던 사람이 있으면 모셔와 전수교육을 하게 하고 배웠지만, 이젠 그런 실향민들이 다 세상을 떠난 상황"이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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