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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윤성규 장관의 운전자와 동승자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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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모 공장 생산라인에서 불산이 유출돼 작업자 3명이 다쳤다. 당시 작업자들은 사고로 사용 중지된 불산탱크를 교체하는 작업 도중 기존 배관 안에 남아있던 불산액이 흘러내리는 바람에 손과 발 등에 화상을 입었다.

이 사건의 원인을 분석하는 시각은 크게 두 가지다. 작업자의 단순실수가 첫 번째다. 회사측 주장이다. 물론 회사 측은 작업자 관리에도 문제가 있다고 보고 예방대책을 마련했다.
두 번째는 일반인 시각으로 회사 측 과실이 먼저다. 회사 측이 작업자 교육을 제대로 시키지 않은 게 사고발생의 원인이라는 것이다. 이 사고의 경우 고용노동부, 환경청,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이 공동으로 조사에 나서 해당 업체 및 협력업체 관계자들을 재판에 넘겼다. 화학사고가 나면 수사기관의 시각은 대부분 회사측 과실에 무게가 실린다. 이처럼 같은 사고를 두고도 보는 시각에 따라 사고원인은 '단순실수냐', '회사 과실이냐'로 엇갈린다.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 시행을 앞두고 재계가 걱정하는 것은 이 같은 시각차 때문이다.

윤성규 환경부장관이 16일 언론사의 기업담당 부서장(데스크)과 간담회를 갖고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에 관한 법률(화평법), 화관법 등 화학물질 안전관리에 대한 개선방향을 설명했다. 윤 장관은 이 자리에서 화학 사고 시 매출액 대비 5% 과징금 부과가 과도하다는 재계의 반발을 겨냥, 최대 과징금은 고의, 반복적인 위반 등 기업들의 책임이 중한 예외적인 경우로만 한정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단순실수, 비의도적, 불가항력, 천재지변, 경미한 규정위반에도 과징금을 부과한다는 주장과 관련, 계도, 경고 중심으로 규정 이행을 촉구하고 있으며, 경고누적, 조치명령 미이행 시 단계적 영업정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새로운 규제에 대해 반발하는 재계 달래기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대부분의 화학물질사고가 비의도적이고 단순실수에 의해 발생한다는 점에서 재계로서는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럼에도 재계가 우려하는 것은 앞서 시각차에서 드러난 것처럼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자의적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단순실수, 비의도적으로 발생한 화학물질 사고가 시각에 따라 직원 과실이나 관리 소홀 등 회사 책임으로 확대돼 곤혹을 치른 경험을 안고 있는 화학 기업들이 정부의 배려(?)를 마뜩지 않은 이유다. 규제를 사이에 둔 정부와 재계 간 뿌리 깊은 불신이 화관법에서도 확인되고 있는 셈이다.

환경부는 화관법과 화평법 시행령 제정을 위해 재계-전문가-시민단체로 한 협의체를 구성했다며 하위법령을 만들면서 이런 사례는 없었다고 시행령 개정의 공정성을 강조했다.

물론 공정성도 중요하다. 그러나 재계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공정성보다는 신뢰구축이 급선무로 여겨진다.

윤 장관은 '자전거 타는 운전자(정부)는 가는 방향을 알지만 뒤에 탄 사람(기업)은 어디로 갈지 모르니까 불안해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환경부가 (기업의)조타수 역할을 하겠다고 덧붙였다.

환경부가, 윤장관이 정부에 대한 기업의 불신을 우려, 조타수 역할을 하겠다는 의미에서는 긍정적이다.

하지만 사고 발생시 공무원의 자의적 해석에 대한 기업의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명확한 답을 내놓지 않는 한 공염불에 불과할 수 있다.

기업들은 이번 법 제정을 두고 정부가 기업들을 잠재적인 범죄자로 보고 있다고 성토하고 있다.

윤 장관은 관련 법을 진즉에 추진했어야 하는데 펀더멘탈이 약해 미뤄왔다며 단번에 최선진국으로 갈 수 없지만 지금부터라도 시차를 두고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경부는 기업의 조타수 역할을 자처했지만 공무원들에 대한 화학사고의 자의적 해석 우려는 여전하다. 펀더멘탈 역시 변한게 없다.

정부와 기업간 불신이 여전한 토대위에서 만들어지는 선진국형 법률만으로 선진국이 될 수 있을까 의문이다. 구성원간 불신위에 선 탑은 모래성에 불과하다. 오히려 더 갈등만 양산할 뿐이다. 선진국으로 가는 길에 앞서 상호 신뢰가 우선이다.
 njs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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