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일부에서는 물가안정을 위한 정부의 개입이 시장을 왜곡시킬 뿐이라며 개입 자체를 부정적으로 본다. 주지하다시피 정부의 물가안정 정책이 비난받는 요인은 세 가지이다. 주로 수입에 의존하는 대책, 사후적인 시기, 농산물 공급 과잉이 벌어졌을 때 산지가격을 제대로 지지하지 못하는 정책 등이다.
그 첫 번째 결실이 지난 6월 양파가격 상승 때였다. 수급조절위원회 개최를 통해 가격상승이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결론을 도출하고, 성급한 수입을 통한 시장개입을 지양함으로써 가격안정화를 유도할 수 있었다. 기상에 따른 작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수급 불안의 원인을 정확히 포착해 각 관련기관과의 소통과 합의를 통해 일시적 가격상승에 대한 합리적 판단을 내린 것이다. 과거와 같이 정부가 일방적으로 주도하는 수급안정 정책이 아니라, 이해집단과의 대화와 설득을 통한 사전적이고 자율적인 수급안정의 가능성을 보여준 예이다.
물가불안에 가장 취약한 집단은 서민층이다. 그리고 이들의 가격상승 체감율이 가장 큰 품목은 농수산물 및 식료품이다. 한국의 식료품 소비자물가지수는 농산품 생산자물가지수보다 13.6% 빠르게 상승했으며(2007~2010년),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49개국 중 4위 수준이다. 기상이변이 상시화되는 시점에서 농산물의 가격불안과 더불어 서민들의 고통을 가중시키는 것이 바로 소비자물가상승이다. 생산자 물가지수보다 소비자 물가지수 상승폭이 크다는 것은 비효율적인 유통과정에서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부담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구기관 등은 수급관측시스템을 강화해 실시간 작황 모니터링을 통해 전반적인 수급상황을 파악하고 향후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소비자 또한 농산물은 싸야 한다는 선입견과 편견을 버리고, 합리적이고 적정한 가격을 감시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할 것이다.
농산물 유통은 흔히 '혈관'에 비유된다. 적정량이 막힘없이 자연스럽게 흘러야 하며 혈액의 한 가지 요소라도 부족할 경우 인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일시적인 수급불균형 상황에서 외부 수혈에 의존하기보다는 구성원들 간의 소통과 협력을 통해 내부의 자율적 균형감각과 치유력을 강화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윤정인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유통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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