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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票풀리즘속에도 정치의 시장원리가 작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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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서니 다운스의 '경제 이론으로 본 민주주의'

[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 엔서니 다운스의 저술 '경제 이론으로 본 민주주의'는 '합리적 행위자'(정당, 유권자)라는 경제학적 가정하에서 민주주의의 정당정치, 정당 및 유권자의 행위와 결과 등을 탐구하고 있다. 민주주의라는 정치체제는 다수의 의지, 즉 다수결이라는 기제에 의해 작동한다. 

따라서 다수자들이 예산과 복지, 의료, 교육, 과세 등 다양한 정책을 개발하고 집행한다. 여기서 정당은 "정당한 절차에 따라 실시되는 선거를 통해 공직을 얻음으로써 통치기구를 통제하려는 사람들의 팀이자 연합체"로 저자는 정의한다. 정당은 오직 득표 극대화만을 추구한다는 것, 이기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라도 사회 전체 혹은 유권자 일반의 이익에 부합하게 움직이도록 강제된다는 것이다.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 기업들이 내놓은 상품에 대해 소비자들이 합리적인 목표로 물건을 구매하듯이 유권자 또한 합리적인 판단에 따라 정당을 선택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유권자들은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에 투표할 경우 보상이 따른다고 여긴다. 유권자가 정치시장에서 구매 행위로써 정치상품을 선택하는 방법은 세 가지로 나타난다. 우선 자신이 지지하며 승산이 있는 정당에 투표하는 것이며 다음으로는 혐오하는 정당을 저지하기 위해 차선을 택하는 방법이다. 마지막으로는 미래에 자신에게 이익이 많이 돌아올 것이라고 여겨 대안 있는 정당에 승산을 염두에 두지 않고 투표하는 방법이다.

이렇게 되면 정치시장에서는 득표 극대화를 추구하는 정당과 보상을 높이려는 유권자들이 상호 관계를 형성하게 된다. 그리고 선거는 민주주의에서 가장 중요한 게임 규칙이다. 다운스는 득표득대화 모형이라는 독특한 개념을 통해 유권자와 정치인이 각자의 이익을 챙기기 위해 어떤 방향으로 움직여가는지를 설명한다.

통상 자신의 이익(득표극대화를 통한 공직 획득)을 추구하려는 정당(정치가)이라면 선거구민의 의사를 충실하게 대변하려고 애쓴다. 따라서 다운스의 득표극대화 모형은 정치가가 투표자의 지지를 얻기 위해 움직여가는 방향성을 설명하고 있다. 다운스의 모형은 '선거구민의 의사를 충실히 반영한 것이 더 많은 지지를 이끌어낸다'는 것을 보여준다. 각 정당이 극렬한 선거판에서 지지를 늘리기 위해 공약 등을 중도 지향적으로 제시하는 현상을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이론이다.
그러나 다운스의 득표극대화 모형이 규범적이기는 하나 현실정치가 모두 합리적이지는 않다. 현실에서 모든 정당이 합리적일 수 없고 , 유권자도 합리적이지 않은 경우가 많다. 게다가 결정적으로 다운스가 기권자들이 정치에 어떤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다고 판단한 점은 경제학적 관점에서도 상당한 허술한 대목이다. 가령 시장 인구가 1억명이라고 할 때 모든 기업들이 1억명을 마케팅 대상으로 삼지 않는다. 선거에서도 지지보다 더 중요한 것은 득표다. 선거에서 투표율이 70%라고 가정하면 정당은 30%를 제외하고 70% 중 다수를 차지하기 위한 방향으로 움직인다. 이 때 정치에서 기권자 30%는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 어떤 형태로든 기권자도 선거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영향력이 없다고 본 다운스의 판단은 완벽하다고는 할 수 없다.

어느 정치인이라도 불확실성에 목숨 걸고 도박하듯이 공약을 남발하지는 않는다. 투표하러 올 사람이 없는 계층을 향해 더 많은 보상을 내걸 수는 없는 노릇이다. 선거는 외형상 무차별적인 유권자에 의해 치뤄지는 것처럼 보일 수는 있다. 이런 부분때문에 정치를 합리적으로 해석하기만은 어렵다. 그러나 합리성을 전제로 경제학적 관점에서 민주주의를 설명하려고 한 다운스의 이론은 정치학에서 '고전'으로 꼽힌다. 우리 정치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경제 이론으로 본 민주주의'/엔서니 다운스지음/박상훈ㆍ이기훈ㆍ김은덕 옮김/값 2만2000원>




이규성 기자 pea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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