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공기업들이 같은 날 입사시험을 보는 것이 새로운 현상은 아니다. 채용시장에서 'A매치 데이'란 말이 나오기 시작한 시기는 200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공기업이나 재벌기업 입사 시험일의 치열한 경쟁을 축구 국가대표전인 A매치에 비유한 것이다. 특히 안정성과 대기업 수준의 높은 급여로 '신이 내린 직장'이라 불리는 금융 공기업의 시험일 담합은 관행으로 굳어져 2000년대 중반 이후 한은을 비롯한 6~7곳이 약속한 듯 매년 같은 날 시험을 치러왔다. 여기에 일부 민간 금융회사와 대기업까지 가세하면서 A매치 규모는 한층 커졌다.
그러나 취업 지망생의 입장에서 보면 여러 번의 기회가 단 1회로 줄어든 셈이다. 재도전하려면 1년을 기다려야 한다. 금융 공기업뿐 아니라 상위 재벌기업이나 민간 금융회사들도 입사 날짜를 담합한 듯 같은 날로 맞추는 경우가 늘어났다. 한 곳이라도 더 시험을 보고 싶은 지원자의 바람은 아랑곳하지 않는 취업시장 갑(甲)의 횡포다.
청년 백수가 넘치는 시대에 취업시장에서 최소한의 선택권까지 빼앗는 시험일 답함은 없어져야 한다. 민간에 영향을 주는 공기업은 특히 그렇다. 선택권 없는 입사시험은 회사에서 필요로 하거나 충성도 높은 인재를 뽑는 데도 적절하지 않다. 한 번의 기회를 살리기 위해 적성이나 소신보다 눈치 작전을 펴야 하기 때문이다. 금융 공기업만이라도 공기업답게 취업 지망생들에게 더 많은 응시 기회를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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