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NFC에서 훈련 중인 구자철(가운데)[사진=정재훈 기자]

파주NFC에서 훈련 중인 구자철(가운데)[사진=정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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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아시아경제 전성호 기자]"제로톱은 잘 알지 못한다. 난 원톱의 역할을 중요시 한다."


지난달 페루와의 평가전을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에서 홍명보 대표팀 감독이 했던 애기다. 그리고 4일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열린 훈련. 11대11 미니게임을 지켜보던 취재진이 잠시 술렁였다. 조끼를 입은 팀의 공격진이 바뀌었다. 원톱 조동건이 빠지고 윤일록이 투입됐고, 그 대신 2선에 있던 구자철이 최전방에 섰다. 그 아래를 윤일록-김보경-이청용이 받쳤다. 제로톱을 연상시켰다.

실제로 구자철은 상하좌우로 폭넓은 움직임으로 패스 줄기를 형성하는 동시에, 상대 수비수를 끌고 다니는 역할을 했다. 그로 인해 생긴 공간을 2선 자원들이 침투하며 공격 활로를 개척했다. 골도 터졌다. 구자철이 아래로 처지며 창출한 틈을 윤일록이 파고 들었고, 박종우의 패스를 받아 골망을 갈랐다.


하지만 구자철이 미드필더라는 점에서 이를 무조건 제로톱이라 규정짓기는 어렵다. 오히려 구자철의 본격 원톱 출격이다. 나아가 홍 감독이 원하는 원톱의 색채가 제로톱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그의 원톱은 페널티 박스 주변에서 포스트 플레이를 펼치는 전형적 타깃형 스트라이커가 아니다. 동료들과의 유기적인 움직임으로 변화무쌍한 공격 패턴을 만드는 전천후 공격수가 정답이다. 때론 전방에서의 강한 압박으로 수비적 역할도 해낼 수 있어야 한다.


홍 감독은 앞서 "원 스트라이커의 역할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라며 "나머지 비는 공간을 섀도 스트라이커나 측면 미드필더가 파고들어 득점하는 방식을 원한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솔직히 제로톱은 잘 모른다"라며 "로테이션할 수 있는 공격수들을 주로 선발했다"라고 덧붙였다. 그리고 이번 대표팀 명단에서 구자철을 공격수로 분류했다.


내년 월드컵 본선을 앞두고 대표팀에 남은 공식 평가전은 7경기가 전부. 현실적으로 '반짝 스타'의 등장을 기대하긴 어렵다. 현재 주어진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야 하는 셈. 구자철의 공격수 기용도 같은 맥락이다. 비록 소속팀에선 수비적 역할을 맡고 있지만, 그의 공격 능력은 이미 검증됐다. A매치 10골(30경기)은 현 대표팀에서 이근호(52경기 16골) 다음 가는 수치다. 2011 카타르 아시안컵 득점왕, 2012 런던올림픽 3위 결정전 쐐기골 등도 그의 득점력을 대변한다.


구자철은 훈련 뒤 "사실 익숙하지는 않은 자리"라면서도 "팀 전체가 발을 맞추면 불가능한 것은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다른 욕심은 없다"라며 "팀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어떤 역할이든 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김보경은 "(구)자철이 형은 전형적인 스트라이커가 아니다"라며 "그래서 스크린 플레이보다는 2선까지 내려와서 공격을 해준다면 전체적으로 좋은 찬스가 만들어질 것 같다"라고 낙관론을 펼쳤다. 이청용은 "(구)자철이는 수비든 공격이든 자기 역할을 잘 해내는 선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어떤 선수가 들어오든 기본적인 틀은 유지된다"라며 제로톱으로의 변화가 아닌 원톱의 유지란 점을 분명히 했다.


파주NFC 훈련 도중 지동원(앞)을 바로보는 홍명보 대표팀 감독(뒤)[사진=정재훈 기자]

파주NFC 훈련 도중 지동원(앞)을 바로보는 홍명보 대표팀 감독(뒤)[사진=정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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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발 더 나아가, 구자철의 최전방 기용은 기존 원톱 자원들의 분발을 촉구하는 측면이 강하다. 그동안 홍 감독은 원톱 위치에 김동섭, 김신욱, 조동건 등을 세웠다. 이번에 가세한 지동원을 비롯해 아직 선발되지 않은 박주영, 이동국 등도 잠재적 대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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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합격점을 받은 이는 없다. 이런 가운데 홍 감독은 이미 대표팀 내 '무한 경쟁'을 예고했다. 원톱 자리도 기존 공격수 자원 간의 주인찾기가 아닌, '미들라이커' 등을 포함한 제한 없는 경쟁임을 시사한 셈이다.


구자철은 "지금 대표팀에게 최우선은 골이 아니다"라며 "정말 중요한건 어떻게 팀이 하나로 뭉쳐지느냐에 달렸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조급함만 없앤다면 골은 언젠가 자연스럽게 들어가기 마련"이라며 "선수들 사이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 속에 토종 공격수들도 골을 넣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청소년 대표팀과 올림픽 대표팀 시절 홍 감독 아래 주장을 맡았던 구자철이다. 그가 읽은 내용은 수장의 속뜻 그 자체일 수 있다.


전성호 기자 spree8@
정재훈 사진기자 ro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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