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청장의 말처럼 탈세는 날로 교묘해진다. 세금을 피해 멀리 중남미 외딴 섬까지 달려간다. 하지만 프랭클린의 금언을 철석같이 믿는 사람들이 여전히 대다수다. 봉급쟁이가 그 대표다. 명세가 훤히 드러나는 월급, 그것도 회사에서 세금을 뗀 후에 내어 주니 탈세는 꿈도 꿀 수 없다.
안내문을 읽어 나갔다. '2010년 소득을 2011년 5월 말까지 확정 신고해야 했는데 신고하지 않았다. 무신고에 따른 과세자료 발생처는 회사(월급), S대학(강사료), 전문지(원고료) 3곳.' 납득하기 어려웠다. 월급과 시간 강사료는 물론 소액 원고료까지 세 공제 후에 받았고 연말정산도 거쳤다. 합쳐봐야 근로소득세 누진 구간을 넘어설 만한 금액도 안 된다. 왜, 얼마나 세금을 더 내야 한다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세무서 소득세과의 여성조사관은 나긋한 목소리로 나의 무지를 일깨웠다. "원천징수를 했다고 끝난 게 아닙니다. 복수의 소득이 있으면 다음 해 5월에 종합소득신고를 해야 합니다. 기 납부 세금에서 중복된 법정공제를 정산해 종합과세합니다."
첫째는 과도한 페널티다. 종합소득세(종소세) 신고 기간 종료 즉시 20%의 무신고 가산세가 붙는다. 그것은 시작이다. 세금을 낼 때까지 매일 1만분의 3%(연 11%)씩 납부불성실 가산세가 추가된다. 딱 1년이 지나면 가산세가 총 31%에 이른다. 지금같은 저금리 시대에 연 31%라니(사채 법정 제한금리도 30%다!). 2010년 귀속 종소세를 확정하니 총 가산금이 44%에 달했다.
둘째는 고의 또는 태만이 의심되는 뒷북 행정. 2010년 종소세를 1년 내에 알려 줬다면 2011년 및 2012년분은 정신 바짝 차리고 제때 신고했을 것이다. 그러나 통지서는 2012년 신고 종료 직후에 나왔다(그것도 2010, 2011년분이 함께 왔으니 합리적 의심이 들지 않겠는가). 결국 3년간 각각 무신고 가산세 20%와 누적된 불성실 가산세를 물어야 했다. 청와대 참모의 말대로 납세자가 '거위'라면 나는 뭘까. 국세청이 맘 먹고 키워 깃털을 뭉텅이로 뽑은 만만한 거위가 아닐까.
그후 근소세법 개정안 파동이 일어났다. 샐러리맨들이 한 달 세금 1만3000원에 그렇게 흥분한 것은 아니다. 더 열 받은 것은 '중산층'이니 '거위 깃털 뽑듯' 세금을 거둔다느니 하는 오만함이 묻어나는 고위 공직자들의 말이다.
세금을 숙명으로 생각하는 봉급쟁이들을 생각해서라도 세정은 달라져야 한다. 납세자의 마음에 다가서라. 유리봉투 과세하듯 진짜 큰 세금 도둑을 일망타진, 빠짐없이 세금을 물려라.
박명훈 주필 pmh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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