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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교육 노조, 2075일만에 현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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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장 농성 6년만에 전원복직 단협 원상복구 합의...특수고용노동자 문제 공론화 성과

[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2075일'. 국내 최장기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농성을 해온 재능교육의 노사협상이 25일 타결됐다. 2007년 12월 사측의 임금삭감안에 반발해 농성을 시작한 지 2075일만의 일이다. 지난 6년 동안 협상결렬과 재개를 지리하게 반복해오며 끝을 모른 채 대립을 계속해 오던 양측은 최근 해고자 전원 복직과 단체협약 원상복구에 대해 잠정 합의했다. 재능교육의 노사 갈등은 한 사업장의 문제를 넘어서 새로이 출현하고 있는 노동자 집단인 '특수고용노동자' 문제를 우리 사회에 본격 제기했다는 점에서 이번 타결 결과가 주목된다.

전국학습지산업노조 재능교육 지부는 25일 조합원 총회를 열어 지난 23일 회사 측과 마련한 잠정 합의안을 찬반 투표를 거쳐 통과시켰다. 26일 노조 지부는 자신들의 입장을 담은 발표문을 통해 "6년이라는 긴 시간, 온 역량을 쏟았고 많은 것을 버리며 투쟁한 결과이기에 아쉽고 미련이 남는다"라면서도 "이제는 현장을 재건하고 조직하는 일을 시작해야 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양측이 합의한 사항은 노조가 줄기차게 요구해 온 해고자 전원 복직과 단체협약 원상복구가 핵심이다. 우선 2008년 10월31일자로 중단된 단체협약을 원상회복시켜 올해 12월31일까지 단체협약을 체결하기로 했다. 노조는 "학습지 회사 중에서 유일한 단체협약을 인정받아 일하는 조건을 개선시킬 수 있는 초석을 되찾았다"고 평가했다.

노사 양측은 농성 기간 중이던 지난해 1월 사망한 이지현 조합원을 포함한 해고자 12명도 전원 복직시키기로 했다. 해고자들은 해고 당시 지국으로 복귀하고, 관리지역은 해당지국 교사의 평균과목 수를 고려해 공정하게 배정한다. 그동안 사측은 사망한 조합원을 복직시키는 것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노조와 마찰을 빚어왔다.

아울러 이번 사태에서 발생한 모든 고소, 고발에 대해서도 서로간의 법적 책임을 묻지 않는 처벌불원 탄원서를 한 달 내로 법원에 제출할 예정이다. 재능교육은 노조에 생활안정지원금 및 노사협력기금으로 2억2000만원도 지급하기로 했다.
재능교육 사태는 2007년 사측이 수수료(학습지 교사 급여) 삭감을 요구한 것에 노조가 반발하면서 시작됐다. 사측은 2008년 11월에는 노조와 협의하지 않고 단체협약을 해지했으며 이어 2010년 12월에는 조합원 전원을 해고했다. 양 측의 갈등은 더욱 격화돼 올해 2월에는 오수영 노조지부장 직무대행(39)과 여민희 조합원(40)이 서울 혜화동 성당 종탑 옥상에서 고공농성에 들어갔다. 이후에도 여러 차례 교섭 재개와 결렬이 반복되다 고공농성 200일을 앞두고 가진 집중교섭에서 잠정합의안이 도출된 것이다. 이들 두 조합원은 농성을 시작한 지 202일이 되는 26일 오후 종탑에서 내려올 예정이다.

2000일이 넘게 지속되어 온 재능교육 사태는 특수고용노동자 문제를 우리 사회에 공론화시켰다. 학습지 교사, 골프장 캐디, 간병인, 택배 기사 등 특수고용노동자들은 회사에 다니면서도 개인 사업자 신분을 동시에 갖고 있어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재능교육지부 노조는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이 노동자로 인정받는 데 2000일이 넘게 걸린 셈"이라고 말했다.

장기간의 농성은 회사 측에도 타격을 입혔다. 이미지 실추는 말할 것도 없고, 회원 수도 지난 6년 동안 반토막이 났다. 재능교육 관계자는 "특수고용직 문제가 처음으로 이슈가 되다 보니 정치, 사회, 노동계에서 지켜보는 눈이 너무 많았다. 이번 사안이 선례를 남길 수 있기 때문에 결정 하나를 내리는 데에도 경총이나 노동계에도 자문을 많이 구했다"고 말했다. 노조와 사측은 26일 저녁 혜화동 본사에서 조인식을 열고 본격적인 세부협상에 돌입할 예정이다.



조민서 기자 summ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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