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정책위원회·공공건축가 활동 폭 넓혀… “모든 건축은 시민 공공자산”

[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재건축·재개발 등 서울시내 정비사업에서의 공공성 심의가 더욱 강화된다. 박원순式 주택철학을 더욱 확대하겠다는 의도로 서울이 가진 역사, 생태 등의 정체성은 물론 세계 도시로서의 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하지만 시장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초기 설계 과정부터 공공성 심의를 강화할 경우 문제가 없다는 게 서울시의 입장이지만 자칫 자율성을 침해할 가능성도 높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20일 서울시가 내놓은 ‘서울건축선언’의 방점은 공공성 강화에 찍혀있다. 안전성, 공동성, 지속성, 자생력, 역사성, 보편성, 창의성, 협력성, 거버넌스 등 총 10개 조문으로 이뤄졌지만 해당 요소들 모두 공공성에 뿌리를 뒀다.

우선 심의를 맡을 건축정책위원회의 기능을 강화, 지속가능한 발전을 유도하기로 했다. 위원회의 활동 반경 역시 건축 및 공공건축가 심의 과정까지 확대된다. 민간건축도 마찬가지다. 시는 이번 건축선언이 지향하는 세부 실천 가치 중 건축심의기준에 반영 가능한 사안을 9월까지 마련, 건축위원회 심의에 적용할 방침이다. 이는 자치구 등 건축관계자를 통한 교육 및 홍보 활동으로 이어진다.


이로써 박 시장 취임 후 확산되고 있는 임대주택 확대, 주민참여형 정비, 열린 재건축 등의 공공성 강화안은 더욱 탄력을 받게 됐다. 지난 5월 내놓은 ‘공공건축가’ 시스템은 서울시 도시계획의 변화를 미리 점쳐볼 수 있는 대목이다. 공공건축가는 공동주택의 계획ㆍ설계 단계에서 자문해 주고 시공 단계에서는 초기 계획과 잘 맞는지 검토하는 역할을 한다. 건축전문가로 구성된 공공건축가를 통해 민간 재건축을 돕는 방식이다.

지난 5월 1만1000여가구로 탈바꿈하는 둔촌주공에 공공건축가 투입을 결정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최고 35층으로 결정된 층수는 그대로 유지하되 단지 경계부는 조정에 들어갔다. 한강변과 맞닿은 단지는 아니지만 1만여가구가 넘는 대규모 단지인 만큼 주변부 주거지와의 조화를 감안하겠다는 이야기다. 또한 단지 중앙에는 통경축을 배치, 동측부 개발제한구역까지 생태공간을 연출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는 개발제한구역을 연계한 담장없는 열린 주거단지가 계획된다. 이밖에 법적 커뮤니티 시설 외 보육시설, 작은 도서관, 경로당과 같은 계층별 필수시설을 총량제로 묶어 설치할 예정이다. 쉽게 말해 아파트 단지를 조합원들의 재산이 아닌 ‘시민의 공공자산’으로 해석하겠다는 풀이다.


공공건축가 투입에 대한 논의가 시작된 가락시영, 잠실주공, 개포지구 재건축 단지도 마찬가지다. 소규모 정비사업지는 주민참여형 재생사업으로, 대규모 재건축·재개발은 공공성 심의를 맡은 공공건축가를 투입해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반면 시장의 부작용도 예상된다. 앞서 서울시는 ‘디자인 지원 서비스’라는 이름으로 공공건축가로 참여할 건축가 80여명을 이미 선정한 상태다. 게다가 추진위나 조합은 이 서비스를 거부할 근거가 없다. 특히 이번에 발표된 건축선언문은 건기법 기본계획에 반영하거나 심의기준을 따로 만들겠다는 게 서울시의 복안이다.


강남권 재건축 사업을 맡고 있는 한 정비업체 관계자는 “박 시장 취임 후 논란이 됐던 개포지구 소형비율 확대의 경우 사업성을 감안한 것으로 조합도 손해를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었지만 이번 공공성 강화는 말 그대로 개인재산을 시민재산으로 판단하겠다는 것으로 자칫 조합이 마련한 정비계획을 단계마다 감시하는 부작용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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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공공건축가 투입돼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개포지구 내 조합원 역시 “담장을 허물고 단지 내 공공시설을 지역민에게 모두 공개하겠다는 공공성 강화는 소형비율, 소셜믹스보다 심각한 재산권 침해”라고 털어놨다.


이에 서울시 관계자는 “이번 건축선언은 건축물을 시민재산으로 폭넓게 해석,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공공성 강화안을 꾸려가겠다는데 의미가 있다”며 “현재 시범사업지로 꼽은 곳을 대상으로 개선이 필요한 점을 파악, 하반기에는 이를 포함한 구체적인 후속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공공성 강화를 위해 서울시가 지난 상반기 ‘공공건축가’ 투입을 결정한 둔춘주공 전경 /

공공성 강화를 위해 서울시가 지난 상반기 ‘공공건축가’ 투입을 결정한 둔춘주공 전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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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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