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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잡스도 손정의도 콕 찍어 말한 그것..'사장의 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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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부터 일상까지 독서로 해법찾기...저자가 만난 CEO들의 경험 소개

[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애플의 DNA에는 기술뿐만 아니라 인문학도 녹아 있다." 스티브 잡스가 한 말이다. 아이폰, 아이패드 등으로 세계 IT산업에 혁명을 일으킨 스티브 잡스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자신의 상상력은 IT기술과 인문학의 결합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강조한다.

'인문학 예찬론'을 펼친 CEO는 더 있다. 페이스북의 창립자 마크 주커버그가 고전과 라틴어를 좋아하는 인문학 마니아였으며 일본 소프트뱅크의 손정의가 손자병법을 마르고 닳도록 읽었다는 사실은 유명하다.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빌 게이츠 역시 "인문학이 없었으면 나도 없고, 컴퓨터도 없었을 것"이라고 얘기한 바 있다.
최근에는 일반 기업에서도 너나할 것 없이 인문학 강좌를 개설하거나 고전 읽기를 권장하고 있다. 인문학 전공자가 새삼 주목을 받기도 한다. 이 같은 열풍에 맞춰 다양한 인문학 서적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신간 '사장의 인문학'은 크든 작든 하나의 업체를 책임지고 있는 사장들을 향한 인문학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러나 인문학이 인간에 대한 학문인만큼 굳이 사장이 아닌 사람들이 읽어도 좋을 책이다.

저자 이현숙 씨는 IBK기업은행에 근무하면서 많은 '사장들'을 만났던 경험을 살려 글을 써내려간다. 이 씨는 이 같은 경험을 바탕으로 "정상은 우쭐거리고 호령하는 자리가 아니라, 높은 곳에서 멀리 볼 줄 알고, 넓고 깊은 품으로 안고 가야 하는 자리"임을 깨닫고, 이들에게 30가지의 인문학 이야기를 간결하게 전해준다. '조선왕조사', '승정원일기', '정관정요' , '왕의 밥상' 등 다양한 책 소개도 곁들인다.

예를 들어 경제상황이 어려운 상황에서 어렵게 시설투자를 결정하고도 노심초사하는 A사장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는 '메디치 가문' 이야기다. 직물업을 하던 평범한 중산층 '메디치 가문'이 어떻게 해서 르네상스의 중심지가 되고, 금융의 신역사를 이뤄냈는지 말이다. 비결은 '아낌없는 투자'였다.
경쟁세력의 끊임없는 견제에도 메디치 가문은 예술가들에 대한 전폭적인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연구소를 창설하고 대학을 설립하는 데도 주력했다. 1397년 피렌체에 메디치은행 본점을 설립한 메디치 가문은 이후 교황을 두 명이나 배출하는 유럽 최고의 명문가로 성장한다. 결국 "투자를 주저하고 혁신을 무장하지 않으면 차세대에게 물려줄 것이 없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부실과 도산으로 벼랑 끝에 내몰린 CEO들에게는 생텍쥐페리의 '인간의 대지'를 추천한다. 우리에겐 '어린 왕자'의 저자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생텍쥐페리는 비행기 조종사였다. '인간의 대지'는 그가 1935년 리비아 사막에 불시착한 경험을 바탕으로 쓴 글이다.

황량한 사막에 남겨져 폭염과 추위, 굶주림과 공포와 싸우면서 생텍쥐페리는 "근처에 있을지도 모를 오아시스를 놓치는 것은 안될 일"이라며 구원의 가능성을 놓지 않는다. 저자가 은행에서 만난 수많은 중소기업 CEO들의 공통점 역시 "가능성을 믿는 것"이었다. 여러가지 악조건에 내몰려 위기의 순간에 처해 있다 하더라도 "절망이 부르는 소리에 현혹되지 말자"고 설득한다.

그렇다고 이 책에 소개된 사례가 하나같이 교훈적이고 심각한 내용은 아니다. 직원들과 같이 간 프랜차이즈 커피점에서 '다방 커피'를 주문하다가 무안해졌던 사장에게는 커피 뒤에 숨겨진 세계사를 들려준다. 유학 간 자식과 아내를 6년째 뒷바라지하고 있는 '기러기 아빠' 사장에게는 '아버지의 편지'라는 책을 소개하며 위로의 말을 건넨다. 또 자칫 권위적일 수 있는 사장에게는 유머의 힘을, 아파도 말 못하는 사장에게는 '고미숙의 몸과 인문학' 책을 통해 몸에 대한 관심을 일깨워준다.

이렇게 해서 뽑아낸 키워드는 변화, 투자, 창조, 소통, 돈, 일 등 경영학적 요소에서부터 존재, 부부, 아버지, 노화, 자유 등 일상까지 아우른다. 저자는 IBK경제연구소에서 발간하는 '중소기업 CEO리포트'에 글을 연재하고 있는데, "조직의 정상에 선 사장들의 애환을 듣다 보면 웃음도 나고 눈물도 난다"고 고백한다. 쉽게 풀어낸 일화들은 책 속에 소개된 책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진다. 여름휴가에 어떤 책을 읽을지 고민하고 있는 사장, 아니 사람들이라면 참고할 만하다.

(사장의 인문학 / 이현숙 지음 / 팬덤북스 / 1만4000원)




조민서 기자 sum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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