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만원 이하 민사재판 전담…현장에서 정년 맞을 것

[아시아경제 양성희 기자] "법원을 벗어나 있었던 지난 십여년의 세월이 저를 '듣는 귀가 있는 판사'로 만들어 줬어요"


서울중앙지법에서 '소액전담법관'으로 일하고 있는 심창섭 판사(60ㆍ사법연수원9기ㆍ사진)는 "법관석을 떠나 변호사로 있을 때 '내가 다시 재판을 한다면 당사자의 입장을 그 전보다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텐데'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래서 당사자들이 이야기할 때 절대로 귀를 닫지 않으려 애쓴다"고 말했다.

지난 2월 법조일원화 취지에 따라 새로 도입된 '전담법관'으로 임용된 그는 소송가격 2000만원 이하의 민사 재판을 전담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다툼이 심해 집중적으로 심리할 필요가 있는 사건이 그의 몫이다.


1982년에 판사 생활을 시작해 대법원 재판연구관, 서울지법 부장판사 등을 지낸 그는 2000년 변호사로 전업했다. 법원을 떠났지만 마음 한편엔 늘 재판을 다시 해보고 싶은 마음이 컸다.

부장판사에서 평판사로 지위가 '격하'되었지만 그는 "법정으로 돌아오니 살아 있음을 느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스스로 자신이 있어야 할 '현장'이라고 생각했던 법원으로 복귀한 것도 좋지만, 그동안 판사석 아래에서 접했던 법의 현실은 그로 하여금 법관의 소명에 대해 더욱 깊은 생각을 하게 한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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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 판사는 "법원을 찾는 사람들의 말 한마디 한마디들, 그 말을 듣는 그 순간만큼은 진실이라고 생각하고 들으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소액사건은 특히 그 같은 '경청'의 자세가 더욱 필요한재판이다. 당사자들이 대부분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고 직접 홀로 소송에 임하는 경우가 많아 서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소액판결의 경우 소액사건심판법에 따라 판결문에 이유를 기재하지 않는 게 통상적이었으나 심 판사가 매번 당사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판결 이유를 설명해주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그와 함께 임명된 소액전담법관은 모두 세 명이다. 이들은 정년 때까지 민사소액사건만 전담하게 된다. 심 판사는 일선에서 재판을 진행하며 정년을 맡게 되는 것에 큰 의미를 뒀다. 그는 "당사자들과 같이 호흡하고 일하면서 늘 살아 있다는 걸 느낀다"며 "어떤 때는 보람이 있기도 하고 또 어느 날은 안타까움이 밀려와 자책할 때도 있는데 사람으로서 여러 감정을 느끼며 살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양성희 기자 sung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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