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경제 부문에 부는 '깨알개혁'
신임 이상욱 대표, 링겔 맞으며 강행군
업무보고땐 60여개 지시사항 쏟아내
[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이윤재 기자] '공무원 보다 더 철밥통'이라는 농협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최근 농협경제 부문에 이상욱(사진) 대표가 취임하면서 변화의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는 것.
농협에서 신용사업을 하는 금융부문은 지난해 농협의 신ㆍ경 분리 과정에서 지주회사로 떨어져 나갔다. 그러나 농산물 유통을 책임지는 경제부문은 아직 중앙회 산하에 머물러 있다. 2017년 지주회사 전환을 앞두고 홀로서기를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런 가운데 이 대표가 새로 지휘봉을 잡았고, 지난 17일 업무보고가 이뤄졌다. 의례적 보고 자리로 여기고 이날 회의에 참석한 경제 부문 임직원들은 화들짝 놀랐다. 보고를 받은 직후 이 대표가 깨알같은 지적 사항을 쏟아냈기 때문이다. 이날 회의에서 각 파트별로 내려온 지시 사항이 60여개에 이른다. 지시사항과 더불어 이를 실행에 옮기기 위한 방법까지 하달됐다. 농협경제 관계자는 "각 파트별로 (대표가 내린)지시사항을 이행하느라 다들 정신이 없다"고 전했다.
신임 대표 취임 후 초도순시 차원의 현장 방문도 토론장으로 바뀌었다. 이 대표는 28일 오전 가락시장을 찾아 공판장을 둘러본 후 수도권 공판장장들과 경매사들을 현장으로 불러 난상토론의 시간을 가졌다. 이 대표는 이들과 1시간 반동안 '정가 수의매매' 문제를 놓고 의견을 나눴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한 공판장장은 "기존 대표들은 (공판장)둘러 보고만 갔는데, (이 대표는)기존 대표들과 조금 다른 방식으로 농협을 이끌고 있는 듯 하다"고 말했다.
중소 협력업체와의 상생 차원에서 납품대금 지급기일을 현행 40일에서 5일로 단축키로 한 것도 이 대표의 작품이다. 대금 지급 기일이 너무 빠르면 적자를 볼 수 있다며 직원들이 만류했지만, 이 대표는 "해보지도 않고 말로만 하니까 (농협이)변화가 없는 것"이라며 호통쳤다고 한다.
이 대표는 이날 "틀에 박혀 있는 농협의 시스템을 바꿔 가시적인 성과가 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연일 이어지는 강행군에 입술이 부르튼 지 오래고, 27일엔 병원에 들러 링겔까지 맞으며 고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그는 내달 3일 고랭지배추 주산지인 강원 평창과 강릉지역을 방문할 예정이다.
이윤재 기자 gal-r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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