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甲乙, 공정가격이 해답]편의점 끼워주기, 乙이 덤터기 쓰기 일쑤
<2>물량폭탄 이제 그만
[아시아경제 이광호 기자]물량 위주의 구태 영업방식은 '갑(甲)'에게도 독(毒)이라는 목소리가 크다. '밀어내기'는 제품의 시장 가격과 제조사의 브랜드 가치를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시장이 소화하지 못할 과도한 제품 공급이 이뤄졌다고 가정하자. 더 많은 소비자의 관심과 선택을 받기 위해 매장 가판대에는 1+1과 같은 프로모션과 특별할인 가격표로 어지럽다. 소비자는 기존의 가격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구매하게 된다. 제조사의 경우 이런 가격인하를 통해 판매량을 늘려 시장점유율을 높일 수 있지만 매출과 이익증가는 판매량만큼 성장하기 어렵다. 5% 가격인하로부터 기존 이익률을 지키기 위해 9% 판매량 증가 혹은 20% 판매관리비 절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제조사는 이익률을 높이기 위해 각종 장려금과 영업지원금, 수수료 등을 조정한다. 이 경우 대리점에게 돌아가는 직접적인 수익은 줄어들게 되고 판매관리에 소요되는 경비부담은 커진다. 소비자와 제조사 사이에서 대리점은 중간에 샌드위치가 돼버렸다.
◆참을 수 없는 대리점=대리점은 꽉 찬 저온창고와 새로 확보하지 못한 거래처로 인해 울며 겨자 먹기로 암시장 일명 '삥시장'에 자식 같은 제품을 박스 채 트럭 채 보낸다. 다가오는 월말 결제일을 놓치면 장려금뿐만 아니라 계약해지로 권리금이 날아가기 때문이다.
삥시장에 흘러간 제품은 다시 새로운 주인을 찾기 위해 길거리에 나선다. 반값으로 팔리는 이 제품들은 이치에 밝은 도소매상에게 흘러 들어가 1+1 프로모션 등 소비자를 유혹하기 위한 미끼상품으로 둔갑한다.
아주 자극적인 가격을 경험한 소비자들은 이후 정상가격 제품에 대한 할인을 계속 요구한다. 제조사의 제품개발 및 마케팅 담당자들이 의도하지 않은 엉뚱한 가격으로 시장에 자리 잡게 된다. 이는 정상적인 가격으로 팔리는 지역의 대리점에게도 가격인하 압력으로 연결돼 결국 대리점의 출혈은 더욱 가속화된다.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인지도가 높은 제품을 취급하는 대리점은 이런 진흙탕 속에서 빠져 나오기 더욱 힘들다. 이에 따라 대리점은 발주물량이 늘어날수록 마진이 떨어지는 지금의 불공저한 상황을 '벼랑 끝 밀어내기'라 부르며,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들고 일어섰다.
◆"영업사원도 힘들다"=영업사원은 흔히 연봉으로 평가 받는다. 억대 연봉자들이 가장 많은 직업이 영업인 동시에 근속기간은 상대적으로 짧다. 연봉기준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잣대는 판매량이다. 목표판매물량을 얼마나 초과 달성하느냐에 따라 보너스를 얻는다.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채 법정기본급여만 채우는 경우도 허다하다. 오히려 대리점에 보상해주기 위해 마이너스통장을 운영하느라 소득은 그 이하다. 대리점과 영업사원 모두 밀어내기의 공포를 겪고 있다는 것이다.
권리금을 떠올리며 대리점을 포기하기 어려운 점주들처럼 가정을 책임지는 영업사원들은 영업력 미달로 정리해고 당할 수 있다는 스트레스와 공포를 겪고 있다. 제조사가 영업사원의 판매목표에 대리점 상황과 지역 시장상황을 반영하지 못해 항상 갈등과 긴장을 양산하기 때문이다.
제조사는 각각 영업사원들이 현재 얼마나 건강한 영업을 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시장상황을 신속하게 파악해 영업활동을 지원해야 한다. 개인의 영업능력에 전적으로 의지하고 책임은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본사 마케팅과 전략기획, 영업지원 등 전사적인 영업지원체계를 구축해 승률을 높이고, 같은 물량을 팔아도 더 많은 영업이익을 남겨야 한다. 영업이익을 높이는 영업사원들에게 인센티브 가중치를 부여해 밀어내기 영업이 아닌 지속가능한 영업을 독려해야 한다.
◆"영업신뢰프로세스 구축해야"=많은 회사들이 영업사원들에게 단순한 가격인하로 주문 받는 방법이 아닌 가치를 정확히 전달하는 선진 영업기술과 전략을 훈련시켜왔다. 하지만 실제 영업사원들이 영업 기술과 실력이 부족해 이런 밀어내기, 욕설파문 등의 사회적 문제가 발생한 것일까. 이들에게 동기부여가 어려웠는지 혹은 본사의 지원체계가 잘 돼 있는지 진단해야 한다.
먼저 마케팅 담당자는 단순한 목표 판매량을 영업사원들에게 전달해 밀어내기 방아쇠를 당겨선 안 된다. 소비자들이 인지하는 제품의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한 정확한 분석이 필요하다. 올바른 고객을 찾아내 타당한 프로모션과 가격을 기반으로 대리점과 영업사원이 협상하도록 도와야 한다.
제조사는 대리점에게 투명한 영업신뢰프로세스를 통해 공정하고 일관성 있는 영업정책을 제공해야 한다. 그리고 영업사원에겐 본사의 가이드라인을 통해 무리한 밀어내기 영업이 아닌 스마트하고 투명한 협상을 지원한다. 이에 대한 영업 인센티브는 정확하게 예측되고 당사자에게 알려져야 한다. 본사 영업지원팀 또는 영업사원들 독단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김용현 와이프라이싱파트너스 대표는 "영업신뢰프로세스를 통해 제조사는 영업활동을 돕고 공정한 가격이 형성돼 대리점을 건강하게 만들 수 있다"며 "적재적소에 대리점을 지원하고 현장업무를 가중시키지 않는 스마트한 영업지원체계를 통해 지속 가능한 매출과 일자리를 영업사원들에게 보장해 줄 수 있다"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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