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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님 지방출장 왜 잦나 했더니"‥전력난·더위에 공무원들 희비

최종수정 2013.06.15 08:08 기사입력 2013.06.15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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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청사 근무 공무원들 30도 육박하는 실내 온도에 '혼쭐'...민간 건물 입주 부처 공무원들 '시원한 실내온도' 즐겨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최근 원전 가동 중단 사태로 블랙아웃(대규모 정전)가 우려되면서 정부가 각 부처 청사의 에어콘 사용을 줄이는 등 전기 절약에 안간힘이다. 박근혜 대통령부터 '솔선수범'해 청와대 에어콘을 안틀겠다고 선언할 정도다. 이에 따라 정부 청사에서 근무하는 공무원들은 한낮에 최대 30도 가까이로 치솟는 실내 온도로 인해 업무 효율이 떨어질 정도라며 올 여름을 어떻게 보낼 지 걱정된다고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예외없는 법칙'은 없다는 말이 있다. 정부 부처 공무원들 중에도 시원한 실내 온도 탓에 여름 날 걱정을 전혀 하지 않는 이들도 있다. 바로 민간 건물에 세들어 사는 정부 부처 공무원들이 바로 그 행운의 주인공들이다.
이와 관련 최근 연이어 30도를 넘는 더운 날씨가 계속되자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과천청사 등의 실내 온도가 급등하고 있다. 정부가 전력 절약의 일환으로 공공기관 청사의 여름철 기준 온도를 28도로 정해 놓는 바람에 실내 냉방기가 거의 가동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서울청사의 경우 건물이 낡아 햇볕이 드는 한낮의 실내 온도는 최대 30도에 육박할 정도로 후덥지근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예전같았으면 장관실 등 별도의 냉방장치가 부착된 곳에서는 '손님 접대' 등을 핑계로 에어콘을 가동하기도 했고, 직원들도 미니 선풍기ㆍ냉풍기 등 개인용 냉방기 등을 돌리기도 했다. 또 언론을 통해 "더워서 업무 효율이 떨어진다"는 불만을 넌지시 내비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정부의 관리 부실로 원전 3기가 작동을 멈춘 후 대규모 블랙아웃 사태가 가시화되면서 전력난을 자초한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눈초리가 심상치 않자 이같은 '일탈'은 먼 얘기가 됐다. 불만을 털어 놓던 공무원들의 입도 '꿀먹은 벙어리'가 됐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0일 "나도 청와대에서 에어콘을 안 틀고 지낸다"라고 강조한 뒤 부터는 그나마 가끔씩 돌리던 냉방장치 스위치가 켜진지 오래 됐다.
이에 따라 이곳 청사에서 근무하는 공무원들은 "대낮에는 정신이 혼미해 질 정도"라며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심지어 더위를 심하게 타는 것으로 알려진 한 부처 장관의 최근 국회ㆍ지방 등 외부 일정이 급격히 늘어나자 "후덥지근한 장관실을 벗어나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우스개 섞인 말이 나돌 정도다.

한 서울청사 근무 공무원은 "장관이 주재하는 회의를 하고 있었는데, 더위 때문에 창문을 열어 놓자 소음 때문에 장관의 말이 거의 들리지 않아 애를 먹었다"며 "손 부채와 땀수건은 필수고, 더위 때문에 정수기 물과 매점의 아이스커피의 수요가 부쩍 늘어났다. 특히 더위가 심한 오후에는 거의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아 차라리 쉬는 사람들이 많다"고 전했다. 이같은 상황은 독자 청사를 사용하는 정부 산하 기관들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예외도 있다. 지난 2008년 정부의 청사 재배치 계획에 따라 과천 청사에서 이사해 민간 건물의 일부를 빌려 입주한 부처ㆍ기관이 그 주인공들이다. 이들은 정부 청사 기준인 28도가 아니라 민간 건물 기준인 26도의 시원한 온도에서 근무하는 '특혜'를 누리고 있다. 해당 건물이 정부 청사가 아니라 다른 입주자들도 있는 민간인 소유로, '중앙집중식' 냉방기를 갖고 있어 일부 사무실만의 온도를 조절하기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퇴근 시간 이후엔 냉방기를 꺼버리는 정부 청사와 달리 이들 민간 건물들은 퇴근 시간 이후에도 냉방기를 가동하는 경우가 많다.

이같은 '행운'의 주인공은 종로구 새문안로 흥국생명빌딩에 입주해 있는 원자력안전위원회, 서울 중구 태평로 서울파이낸스센터에 입주한 금융위원회, 종로구 계동 현대그룹사옥에 입주해 있는 보건복지부, 무교동 프리미어 플레이스에 세들어 있는 여성부 등이 있다. 법제처와 소방방제청도 일부 인력이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길 건너편 이마빌딩에 있는 사무실을 이용하면서 이같은 행운을 누리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행운도 곧 끝난다. 올해 12월 정부 부처 2차 세종시 이전, 내년 말 3차 이전 등이 끝나면 기존 정부 청사에 빈공간이 많이 남게 돼 이들도 곧 낡고 비좁고 더운 정부 소유 청사로 입주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 정부 부처 공무원은 "전기 절약은 좋은 데 너무 더울 때는 한시간 앞당겨 근무하는 써머타임제나 낮잠 시간(씨에스타)을 줘 근무 효율을 높이도록 했으면 한다"며 "조금이라도 시원한 민간 건물에서 근무하고 있는 동료들이 부러울 정도"라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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