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당국회담 무산...수석대표 격 왜 중요했나
▲ 수석대표인 천해성 통일부 통일정책실장(사진 가운데)을 비롯해 권영양·강종우 통일부 과장 등 우리측 대표단이 9일 오전 서울 삼청동 남북회담본부에서 남북 실무접촉 장소인 판문점으로 향하는 버스에 올라타고 있다.
[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남북 양측이 11일 당국회담 수석대표 '격(格)'을놓고 절충점을 찾지 못함에 따라 12일 열릴 예정이던 회담이 무산됐다.
정부 당국자는 "남북 양측 모두 원래 제시한 수석대표를 고수하며 수정제의를 하지 않으면서 맞서 12일 회담이 무산됐다"고 밝혔다.
대표단 수석대표를 놓고 남북의 신경전은 9일 판문점 실무접촉때부터 시작됐다. 당시 18시간에 걸친 마라톤협상에도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우리 측은 남북회담의 대표로 ‘류길재 통일부장관-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 안을 제시했지만, 북측은 “상급 당국자로 하자”고만 했다.
결국 남북 양측은 이날 오후 1시께 판문점 연락관을 통해 각 5명의 대표단 명단을 교환했지만 북측이 남측이 제시한 수석대표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 우리측은 원안을 고수했다.
남측은 '남북문제를 책임지고 협의ㆍ해결할 수 있는 당국자'를 수석대표로, 북측은 '상급 인사'라고 하는 사람을 단장으로 통보했다. 우리측은 남북당국회담 수석대표로 차관급 인사를, 북측은 그동안 남북관계에 모습을 드러내던 인물을 선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정부가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을 고집한 것은 대화 초반부터 북한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기싸움의 일환이다. 김 부장 대신 이보다 격이 낮은 원동연 통전부 제1부부장을 수석대표로 내보낼 경우 회담에서 다뤄질 의제 역시 제한 될 수밖에 없다는 상황 인식 또한 깔려있었다.
특히 현정부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추진하기 위한 첫 회담으로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등 남북관계 핵심 현안들을 책임 있게 논의하기 위해서는 차관급이라고 할 수 있는 원 제1부부장만으로는 역부족이라는 판단을 하고 있다. 정책을 결정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반면 북측에서는 김양건 통전부장을 내세우기가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회담의 성패와 기싸움을 벌이는 과정에서 자칫 정치적인 책임을 짊어질 가능성이 크기때문에 대남라인이 피하려 한다는 것이다.
21차례에 걸친 장관급회담에서도 사례를 찾을 수 있다. 북측은 2000년부터 2007년까지 개최된 회담에서 내각 책임참사가 나섰다. 내각 책임참사는 일종의 무임소장관으로 통전부 부부장이 주로 맡았다. 지금껏 통전부장이 공식 남북회담 수석대표로 나선 경우는 없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회담일정은 아직 불투명하며 일단 북측과의 조율을 더 해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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