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얼마전 유럽지역 출장을 갔을 때였다. 독일에 있는 한 대도시에 도착해 호텔에 짐을 푼 후 인터넷 검색을 위해 습관적으로 휴대전화 와이파이로 접속을 시도했다. 하지만 대부분 구역에서 와이파이를 감지하기가 어려웠고 그나마 와이파이가 잡히는 곳에서는 '24시간에 5.5유로'라는 화면이 떴다.
이외에 몇몇 나라를 돌아다녔지만 호텔 로비와 공항에서 고작 30분가량 무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다였다. 심지어 움직이는 지하철에서도 펑펑 터지는 무료 와이파이를 갖춘 우리나라의 무선인터넷 환경과 비교하면 '야박하기' 그지없었다.
유럽에서의 짧은 경험이었지만 개인적으로 느낀 바는 컸다. 우리가 편리하게 사용하는 대부분의 서비스를 마치 당연한 권리인 양 여겼다는 생각에서다.
와이파이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무선중계기, 전파 등 비용 투입 요소가 발생하지만 국내 사용자들은 이 같은 부분에 대해 무심한 게 사실이다. 공항, 지하철, 커피숍 등 이용객이 많은 곳에 설치된 와이파이는 이동통신사 및 인터넷서비스 제공업체를 중심으로 분명 비용이 발생하지만 소비자가 사용료를 내지 않으니 '공짜'라는 인식이 절로 들 수밖에 없다.
'공짜' 서비스라는 인식은 비단 무선 인터넷 영역만은 아니다. 돈이 곧 사업주체인 금융권역에서도 이 같은 사례를 찾을 수 있다.
인터넷뱅킹이 대표적이다. 인터넷뱅킹은 PC 뿐 아니라 이제는 스마트폰을 활용할 정도로 일상화됐다. 이동성을 강화한 덕분에 소비자들이 금융회사를 직접 방문하지 않고도 언제 어디서나 웬만한 업무를 볼 수 있게 됐다. 특히 은행 방문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절감하는데 기여했다.
서버 설치, 소프트웨어 개발 등 IT비용이 발생하지만 인터넷뱅킹을 이용할 때 고객이 내는 돈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은행을 비롯한 금융사들은 인터넷뱅킹 활성화를 위해 고객에게 수수료를 면제해주거나 온라인 전용 상품을 만들어 금리 우대를 해주기도 한다. 인터넷뱅킹 운영비용은 금융사들이 대부분 감당한다.
최근 들어 이 같은 '공짜' 개념의 서비스를 확대해달라는 요구가 많아지고 있다. 일부 비용을 소비자들에게 전가하는 금융업무에 대해 수수료를 낮추거나 없애달라는 식이다.
문제는 은행 등 금융사의 비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요구가 많다는 점이다. 얼마 전 은행 자동화기기(ATM) 수수료를 추가로 인하해 달라는 주장이 국회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나왔는데, ATM기기는 지난해에만 이미 800억원 이상의 손실을 기록했다. 사실상 수수료를 낮추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해 말 금융권역을 뜨겁게 달군 신용카드 무이자할부 폐지도 카드사의 비용구조를 정상화하겠다는 취지로 시행됐지만 서민들의 소비생활을 불편하게 만들었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금융사의 비용이라는 점은 생각하지 않은 결과다.
올 1분기 시중은행의 순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절반 가까이 줄었다. 경영여건을 살피지 않고 무조건 수수료를 낮추고 서비스를 강화하라는 식의 요구는 당장은 소비자들에게 이익이 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결국 부담이 된다.
은행이 위기에 처하면 공적자금 투입이 불가피해지는데, 이는 결국 고객을 포함한 국민의 세금으로 조성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금융소비자보호를 큰 그림에서 생각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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