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은행 엔·달러 전망 살펴보니… "엔저공습 이제 시작"
[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1분기의 대규모 여행수지 적자는 엔저 앞에 흔들리는 한국 경제의 미래를 보여준다.
지난해 11월 일본의 아베 정권 출범으로 5개월 사이 엔에 대한 원화 가치가 20%나 급등했지만, 주요 투자은행(IB)들은 이제 시작일 뿐이라고 말한다.
하루 전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장중 한 때 102.15엔까지 치솟았다. 2008년 10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오후 들어선 상승폭을 줄이며 101엔대 중반으로 하락했지만, 엔화 가치가 더 떨어질 수 있다는 IB들의 전망에는 힘이 실렸다.
주요 IB들은 내년 초 달러당 엔화 가치가 110엔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스코틀랜드왕립은행(RBS)은 내년 초 엔·달러 환율이 110엔에 이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JP모건과 BNP파리바ㆍ모건스탠리ㆍ씨티ㆍ뱅크오브아메리카도 달러당 엔화 가치가 105엔선을 넘볼 것으로 점쳤다. 기관별로 차이는 있지만 추세적 엔화가치 하락에는 이견이 없다.
이런 분위기는 아베노믹스 초기였던 지난 연말과 사뭇 다르다. 당시엔 1년 뒤 엔·달러 환율 100엔 돌파를 점친 기관조차 없었지만, 이제는 극단적인 경우 120엔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IB의 환율 전망은 외국 투자자와 외환 거래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예상치'이면서 동시에 '벤치마크' 역할을 해 단순한 전망으로만 여기기 어렵다. 국제금융센터 관계자는 "아베노믹스 초기였던 지난 연말과 올해 시장의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고 말했다. 진짜 '센 놈'은 아직 오지도 않았다는 얘기다.
하반기 경제가 더 걱정이라는 목소리는 그래서 나온다. 이정훈 우리금융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엔화 가치가 달러당 110엔에 이르고, 원화가치가 달러당 1000원을 기록한다면, 기업들의 이익이 최대 21조원 정도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경우 자동차 업계의 이익은 8조원 이상 줄어 현재의 40% 수준으로 급락한다. 전기·전자 업계의 이익도 반토막이 나 14조원 이상 급감할 것으로 이 연구원은 내다봤다. 해운업계의 장기 불황으로 이미 큰 타격을 입은 조선업계 역시 5조원 넘게 이익이 줄어 존폐의 갈림길에 서는 기업이 나올 수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역시 "엔·달러 환율이 100엔, 원·달러 환율이 1000원에 이른다면 적자 기업 비중이 현재 34% 수준에서 약 69%까지 두 배 이상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달러화 강세 속에 원화값이 다시 약세로 돌아섰다는 점이다. 이런 흐름이 유지되면 일본 기업들의 가격 공세에 대항할 힘이 생긴다.
이달 2일 1101.6원을 기록한 원·달러 환율은 8일 1086.5원까지 떨어졌지만,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낮춘 9일부터 상승세로 돌아섰다. 9일부터 13일 사이 원·달러 환율은 가파르게 상승해 3거래일 만에 원화가치가 25.2원이나 올랐다. 8일 환시의 변동폭 확대와 쏠림 현상을 경계한다며 구두개입에 나선 기획재정부는 이런 흐름을 반긴다는 입장을 내놨다. 14일 오전 10시 15분 현재 달러당 원화값은 전일 종가(1111.7원)보다 약간 떨어진 1110.50원이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