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었다. 적절한 시기에 사과하면 일이 순조롭게 풀리는 경우가 많다. 국민에게 사과하는 것은 시기가 중요하다. 정부가 강조한 것처럼 이번 추경이 '경기 부양의 마중물'로 빨리 만들어야 하는데 총리의 사과 여부를 두고 오전 회의가 순탄치 않았다. 추경 17조3000억원에서 약 70%인 12조가 세입 경정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세입을 두고 정부가 잘못 계산했음을 스스로 인정한 꼴이다. 12조원은 국채(나랏빚)로 마련된다. 결국 그 부담은 고스란히 국민에 돌아올 수밖에 없다.
담당 실장의 사과가 없고, 담당 차관의 사과가 없고, 부총리의 사과가 없자 국무총리가 직접 나선 형국이다. 그것도 이명박 정권에서 벌어진 일을. 추경안의 국회통과에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하는 마당에 첫 시작부터 일이 꼬였다. 추경안의 쓰임새와 증액 여부, 어디에 먼저 사용할 것인지 등 진지한 토론에 앞서 '사과 여부'를 두고 국회 예결특위 여·야 의원들이 얼굴을 붉혔다.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심정은 오죽할까. 적절한 시점에서의 사과는 국민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신뢰를 주는 밑거름이 된다.
세종=정종오 기자 ikok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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