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백나무 울타리가 있는/정거장에서/내 철없는 협궤열차는/떠난다//너의 간이역이/끊어진 철교 그 너머/아스라한 은하수 기슭에/있다 할지라도/바람 속에 말달리는 마음/어쩌지 못해/열띤 기적을 울리고/또 울린다//바다가 노을을 삼키고/노을이 바다를 삼킨/세계의 끝/그 영원 속으로/마구 내달린다//
출발하자마자/돌이킬 수 없는 뻘에/처박히고 마는/내 철없는 협궤열차//오늘도/측백나무 울타리가 있는/정거장에서/한 량 가득 그리움 싣고/떠난다


이가림의 '내 마음의 협궤열차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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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차'라고 불렀다. 협궤를 달리던 증기기관차. 1937년 일본에서 만들어져 총독부 철도국에서 조립해 수원서 인천 송도를 오가는 궤도에 동차가 올라탔을 때, 저것이 저토록 무상하고 애틋한 추억의 기물(機物)이 될 줄은 아무도 몰랐으리라. 여주의 쌀과 소금을 실어나르기 위해 만든 76.2cm의 좁은 레일을 뒤뚱뒤뚱 달리던 작은 열차. 동차는 1987년 운행이 중단되고 수인선은 1995년 12월31일로 폐선되었다. 수인선 말고 수원-여주를 달리던 수여선도 있었는데 더 일찍인 1972년에 철로를 걷었다. 2012년 6월30일 송도-오이도 구간에 복선전철 13.1km가 다시 뚫렸으나, 이가림의 마음 속에 있는 열차로 달려가기엔 역부족이 아닐까 한다. 인천에서 오랜 삶을 보낸(인하대 불문과 교수) 이 시인은 스스로를 협궤열차와 동일시할 정도이다. 출발하자마자 돌이킬 수 없는 뻘에 처박힌 것처럼, 인천은 그에게 치명적인 시의 자궁이었을까. 쌀과 소금이 오가듯, 그의 삶과 꿈이 오간 궤도. '철없음'이라 표현한, 순수와 항상성(恒常性)의 중의(重意)는 프랑스 시의 내면에 깊이 들어간 그 영혼의 협궤를 짚어보게 한다.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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