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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詩]김화순의 '붉은 말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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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절 동백림은 종합병원 암병동입니다 늙은 나무들 커다란 혹덩이 서너 개씩 달고 투병 중입니다 시간의 병소 부여 잡고 신음 소리 꾹꾹 누르고 있는 동백나무들 울컥, 울컥, 핏덩이 토해냅니다

나무의 환부 가만히 만져봅니다 손끝으로 짜르르 전해오는 울퉁불퉁 고통을 우려낸 언어 병 깊이 나무의 형상 추할수록 붉은 말씀들 암세포의 절정입니다 그것이 아름다운 것은 한겨울을 쟁쟁쟁 법시(法施)처럼 간병하던 동박새 때문입니다 이곳에 와서 참으로 오랜만에 마음의 뼈를 울리는 서정시 한편 아프게 읽고 갑니다
김화순의 '붉은 말씀들'

■ 암(癌)이 몸을 숙주로 피는 일종의 꽃이라는 얘기를 듣고, 많은 질병은 동물과 식물의 처절한 전쟁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가져보았다. 동물이 식물을 늘 이기는 것 같지만, 곰팡이와 같은 식물이 최후의 승자가 아닌가. 김화순은 동백꽃을 보고 암덩어리를 생각했다. 붉은 꽃잎에 감탄하는 자리에서 암덩이 주변의 붉은 선혈을 떠올린다. 한편으로 생각하면 엽기적이지만, 더할 나위없는 생의 진상이기도 하다. 아름다움이란, 안전한 자리에 놓인 치명적인 것이라는 걸 문득 깨닫게 한다. 치명적일수록 아름답다. 방부제가 들어있는 저주같은 것. 병 깊어 울퉁불퉁한 나무들이 내가 아니기에, 저 꽃은 곱다. 나를 죽이는 꽃이, 저기 피어있다. 무섭도록 붉은.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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