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코 악몽' 끝나지 않았다
엠텍비젼 거래정지·태산 LCD 이틀째 하한가
[아시아경제 전필수 기자] ‘키코(KIKO)’ 악몽이 계속되고 있다. 2008년 키코 폭탄을 맞았던 기업들 일부는 여전히 생존의 문턱을 넘나들고 있다. 그간 감자를 단행하는 등 고강도 체질개선을 시도했지만 당시 충격파는 너무 컸다.
22일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거래소는 지난 21일 장 시작 전 엠텍비젼에 감사의견 비적정설에 대한 조회공시를 요구했다. 이와 함께 거래도 정지시켰다. 앞서 엠텍비젼은 올해 1월30일 수원지방법원에 회생절차(법정관리) 개시를 신청했다. 지난달 15일에는 법정관리 결정이 났지만 시련은 끝나지 않았다. 지난 15일 대규모 적자로 관리종목 지정사유가 발생한데다 상장폐지 사유까지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무려 7000억원대 키코 손실로 충격을 줬던 태산엘시디는 지난 19일 장종료 후 감사의견 ‘한정’ 공시를 냈다. 이 소식에 태산엘시디는 이틀 연속 하한가로 추락했다. 연초 감자 직후 3000원대로 시작했던 주가는 1615원으로 두달여만에 반토막이 났다. 연말로 예정된 워크아웃 졸업도 불투명하다. 연말까지 1456억원의 차입금을 상환해야 하는데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정 의견을 받은 것도 워크아웃 종료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태산엘시디와 엠텍비젼이 감사의견을 제대로 받지 못할 정도로 추락한 것은 2008년 키코의 후유증 때문이다. 태산엘시디는 당시 키코로 무려 7682억원의 손실을 냈다. 채권단이 출자전환에 나서고 삼성전자가 납품물량을 유지해 주는 등의 도움으로 2010년 862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기도 했지만 후유증을 극복하는데는 한계가 있었다. 삼성전자가 LCD 라인을 중국으로 옮기자 지난해 매출이 90% 이상 감소하고 적자로 돌아섰다.
엠텍비젼도 마찬가지다. 이성민 엠텍비젼 사장은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키코 이후 최근 사업이 안정화돼가는 과정이었지만 키코로 인한 부채상환 압박 및 금융이자 부담은 너무나 컸다”고 토로했다. CEO로서 회사를 정상화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하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자금압박에서 벗어나는데 빼앗겼다는 게 이 사장의 하소연이다. 엠텍비젼은 키코로 730억원의 손실을 봤다.
키코 피해를 극복하지 못하고 이미 증시에서 퇴출된 기업들도 있다. 한때 세계 4대 해양통신장비업체로 꼽히던 사라콤은 2008년 11월 부도가 났다. 모토로라에 부품을 공급하던 우량 IT기업이던 모젬은 키코 손실과 모토로라 부진이 겹치며 2010년 퇴출됐다. 하지만 시노펙스에 인수된 후 턴어라운드에 성공, 재상장을 노리고 있다. 역시 키코 여파로 퇴출된 모보는 LS전선을 새 주인으로 만나 회생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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