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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호 보령제약 대표, 업계 떠나며 '제약사 한계' 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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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D 역량 뛰어난데 '올인'할 사람도 돈도 의지도 부족
-정부가 적극 밀어줘야 제약이 큰다


[아시아경제 박혜정 기자]'제약 마케팅의 귀재' 김광호 보령 대표이사 사장(64)의 38년 제약인생이 15일 마침표를 찍었다. 마지막 무대는 이날 오전 서울 원남동 보령빌딩 대강당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였다. 하지만 온점은 아니다. 제약기업의 전문경영인(CEO)으로서 쉼 없이 달려온 한 텀을 끝냈을 뿐이다. 그는 40여년간 몸담아온 제약업계에 대한 진심어린 조언과 쓴 소리를 남기고 현장을 떠났다.
김 사장은 본지와 전화 인터뷰에서 우리나라 제약산업을 '연구개발(R&D) 역량을 뛰어나나 신약개발 성과를 토대로 글로벌로 도약하기엔 제반 사항이 부실한 단계'로 평가했다. 해외진출이라는 목표는 있지만 이를 추진할 동력이 약하다는 의미다.

김 사장은 "글로벌로 나가려면 신약개발이 필수"라며 "우리나라 제약기업의 R&D 역량은 높지만 정부의 제약산업 육성 정책은 과감하지 못하고 글로벌 전략에서 중요한 인적자원은 부족한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세계 유수의 제약기업과 경쟁하려면 벽을 깰 수 있을 정도의 투자력과 의지가 필요한데 중소기업 규모를 면치 못하고 있는 국내 업체에겐 힘이 부친다. 정부가 주도적으로 제반 사항을 만들어줘야 시동이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약을 하나 개발하려면 통상 10년, 1조원을 투자해야 한다. 신약개발에 성공했다고 해도 투자금을 제외하고 이득을 볼 수 있을지도 장담할 순 없다. 이런 상황에서 위험 감수를 하고 신약개발에 '다 걸기' 할 업체는 드물다. 때문에 '깔딱고개'를 넘을 수 있도록 정부가 힘을 보태줘야 한다는 것이다.
김 사장은 "연구 끝에 신약이 개발되고 보건당국의 허가를 받았다고 해서 끝이 아니다. 해외 나가서 가치를 창출하는 건 또 다른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이어 "해외서 별도로 임상시험과 허가 과정을 밟아야 하는데 글로벌 전략을 도울 자체 인력이 없는 실정"이라며 "이제 시작인만큼 정부가 나서 R&D 못지않게 HRD(인적자원개발)를 육성시켜줘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업계를 뒤흔들고 있는 리베이트 이슈를 꺼내자 정부를 향해 쓴 소리를 했다. 정부가 법의 경계에서 '교통정리'를 잘 해야한다는 요지였다. 김 사장은 "최근 큰 회사(동아제약) 이야기도 나오는데 불법이냐 아니냐가 명확하게 나와있는 게 아니다. 좋은 제품을 만든 후 마케팅을 해야 하는데 지금은 위축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제약산업을 육성한다는 전략적인 목표 아래 괜찮은 수단은 마케팅 영역으로 들여보내고 그 밖의 것들은 매니지먼트(교정)하는 식으로 가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한편 김 사장은 이날 최태홍 신임 보령제약 대표이사 사장에 자리를 물려주고 고문을 맡는다. 김 사장은 지난 1975년 한국바이엘약품에 입사한 후 바이엘코리아 전무, 사노피신데라보 코리아 부사장 등을 거쳐 2005년 2월 보령제약으로 옮겼다. 가는 곳마다 '매출 마술'을 부려 제약 마케팅의 귀재로 불렸다. 보령제약에서도 취임 전 1679억원이던 매출액을 지난해 3120억원으로 성장시켰다. 국내 최초의 고혈압 신약 '카나브'의 성공도 이끌었다. 전문조직을 개편하고 근거 중심의 학술 마케팅이 주효했다.




박혜정 기자 par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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