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하직원 77% "반말 충동 느꼈다"
-비도덕적인 상사 14%, 가장 미움 많이 사
-선배들 58%가 "부당한 대우 받았다" 지만
-그냥 참는다가 21%…세대 공존 어려워


[아시아경제 박혜정 기자]# 지난해 상반기 바늘구멍 같은 취업문을 통과한 A씨는 1년간의 직장 생활 끝에 회의감만 남았다. 그만 둘까 고민하길 수백 번, 가슴 속에 늘 사표를 품고 다녔다. 꿈에 그리던 직장 생활과 전혀 달라서다. 직장 상사는 자기 책임을 떠넘기려고만 하고 일과는 담을 쌓았다. '무능력의 극치'였다. A씨는 "불합리한 상황을 맞닥뜨릴 때마다 직장 생활에 대한 회의감이 밀려왔다"면서 "순간 말대꾸를 하거나 무시하고 싶은 충동이 수차례 일기도 했다"고 말했다.

# 올해로 직장 4년차인 B씨도 최근 녹록치 않은 직장 생활에 하루에도 수십 번 한숨을 내쉬고 있다. "모두가 내 마음 같지 않다"부터 "나 때는 저러지 않았는데…"라는 분노 섞인 푸념까지 온갖 감정이 뒤섞인다. 무능력한 직장 상사와 예의 없는 후배 사이에 끼어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처량한 신세가 돼 버렸다. B씨는 "후배는 점점 말대꾸를 하며 지시를 어기고 상사는 아무것도 모르고 채근하기만 한다"고 털어놨다.


A씨처럼 직장 생활의 이상향과 현실이 달라 공황 상태에 빠진 새내기 직장인들이 생각보다 많다. 보통 신입사원이 입사 후 회사에 적응하기까지 평균 5개월이 걸린다고 한다. 회사의 조직문화에 공감하기 어렵다는 게 주된 이유다. 실제로 좁디좁은 취업문을 어렵게 통과했지만 회사나 직무 적응을 하지 못하고 조기 퇴사를 선택하는 비율도 꽤 된다. 지난 2009년 취업에 성공한 신입사원 중 1년 이내 그만 둔 비율은 대기업 13.9%, 중견기업 23.6%, 중소기업 39.6%에 달했다.

이렇듯 새내기 직장인이 현실과 이상 사이 괴롭게 오갈 때 '하극상'의 형태가 나타나기 쉽다. 취업포털 사람인이 직장인 377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77.3%가 '하극상을 일으키고 싶은 충동을 느낀 경험이 있다'고 했다. 주로 '비도덕적인 상사'(14%), '주관 없이 말을 계속 바꾸는 상사'(13.6%), '책임을 계속 떠넘기는 상사'(12.5%), '불합리한 일을 지시하는 상사'(12%), '무능력한 상사'(11.9%), '언어 폭력을 가하는 상사'(8.6%), '팀원들의 의견을 무시하는 상사'(7.2%), '권력을 남용하는 상사'(6.5%) 등이 대상이었다.


새내기 직장인 10명 가운데 4명은 충동을 참지 못하고 상사에게 반기를 들었다. 대부분 말대꾸를 하거나 상사의 실수·잘못을 지적하고 다른 사람들 앞에서 무시하는 형태였다.

직장 내 또다른 갈등 '하극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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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들만 할 말이 있는 것은 아니다. 선배들이 겪는 고충도 만만치 않다. 직장 후배에게 하극상을 당한 경험이 있는 직장인들은 그 정도가 과거에 비해 심해졌다고 느끼고 있었다. 취업포털 커리어가 대리급 직장인 55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36.7%가 '직장 후배에게 하극상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했다. 과거에 비해 직장 내 하극상 정도가 심해졌다고 답한 비율은 58.5%나 됐다. 이들이 경험한 하극상 유형은 말대답, 지시사항 무시, 다른 사람들 앞에서 무시하거나 대드는 행동, 회식자리에서 무례한 행동, 반말 사용, 직속상사를 무시하고 상부에 직접 보고, 욕설 사용 등 다양했다.


그러나 대응 방식은 강경함과 거리가 멀었다. '참는다'가 21.5%로 가장 많았고, '큰소리로 야단친다'(18.5%), '잘 타이른다'(17.6%), '무시한다'(17.1%), '같은 행동을 할 때마다 지적한다'(16.6%) 등의 순이었다. 면전에서 야단을 치거나 지적하기 보다는 일이 악화될까 혹은 달라질 게 없다는 이유로 그냥 넘기고 있는 것.


이처럼 조직 내 예의가 사라지고 있는 것은 다양한 세대와 가치가 충돌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조직 구성원이 공동의 목표를 향해 뛰고 있지만 다양한 구성원들이 한 데 모인 만큼 갈등의 불씨는 꺼지지 않고 살아있다. 새로운 세대와의 공존, 성과 지상주의 등은 갈등의 불씨를 살리는 바람으로 작용한다. 특히 엄격한 위계질서와 충성문화가 뿌리 깊이 박혀있는 기성세대와 신세대는 불협화음을 낼 확률이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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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엔 이런 문제를 당사자끼리 풀어야 할 문제로 여겨왔다. 하지만 더 이상 개인 차원의 문제로 치부해선 안 된다. 조직 내 무례한 분위기는 전염병처럼 확산돼 조직 단합과 성과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조직 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타인에 대해 배려하기 보다는 '나 먼저 살아남아야 한다'는 생존 의식이 우선시됐고 다양한 세대가 공존하는 조직 특성을 반영하지 못하고 서로에 대해 이해하지 못한 탓이 크다"며 "공동의 목표를 위해 나아간다는 목표 의식 아래 서로 양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혜정 기자 par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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