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는 연일 시위 행렬...소매치기 늘어나는 등 사회 불안 급증
[바르셀로나·마드리드(스페인)=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노 레코르테 엔 엘 프레수푸에스토(no recorte en el presupuesto·예산 삭감 반대)'
을씨년스러운 날씨도 성난 교사들의 시위를 막지 못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카탈루냐 광장에서 남쪽으로 이어지는 람브라스 거리는 연일 시위로 몸살을 앓았다. 스페인 정부의 긴축 정책과 교육 예산 삭감에 반발한 교사들의 반정부 행렬은 격렬하고 거칠었다. 연일 거리를 누비는 교사들의 성난 얼굴은 재정 위기를 겪는 스페인의 우울한 현실을 오롯이 담고 있었다.
스페인에서 20여년 동안 살고 있는 채수우 씨는 "스페인이 이렇게 불안한 적은 처음"이라고 손사래를 쳤다. 그는 "바르셀로나는 천재 건축가 가우디 덕분에 수많은 세계문화유산이 등재됐지만 관광 수입은 전체의 10%에 불과하다"며 "알려진 것과는 달리 바르셀로나는 맥주, 자동차 등을 생산하는 공업 도시로 경제 위기의 여파가 매우 크다"고 덧붙였다.
바르셀로나 근처의 공업 도시는 최근 2년 간 공장 절반 가까이가 문을 닫은 것으로 전해졌다. 스페인 청년 인구의 50%도 실업 상태다.
마드리드 마요르 광장 주변에서 만난 현지인 경찰관들도 거리에서 스마트폰을 들고 사진을 찍는 기자에게 다가와 "조심하지 않으면 스마트폰을 도둑맞을 수 있다"며 "옷 안주머니에 넣어다니라"고 당부했다. 기자와 함께 머물던 동료 2명도 마드리드 식당에서 스마트폰 2대를 도난당하는 등 1년 전 스페인을 방문했을 때보다 사회 불안이 심각했다.
유일하게 스페인 경제 위기의 타격에서 벗어나 있는 곳은 외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일을 하는 사람들이다. 마드리드에서 한인 민박을 운영하고 있는 A씨는 "우리처럼 관광객을 상대로 일을 하는 사람들은 스페인 경제 위기를 피부로 느끼지는 못한다"며 "그러나 우리 민박 옆에 있는 식당도 매출이 예전의 3분의2로 줄어드는 등 현지인들의 일상은 굉장히 힘들어졌고 사회 불안도 급증했다"고 말했다.
바르셀로나·마드리드(스페인)=권해영 기자 rogue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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