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거부한 ISD, 우리 정부는 "사법주권 침해하지 않아"
朴 대통령 "ISD, 표준약관처럼 모든 협정에 들어 있는 것"
황교안 "한·미 FTA의 ISD, 사법주권 침해하지 않아"
일본·호주는 사법주권 침해한다며 반대 입장 분명하게 밝혀
[아시아경제 김종일 기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투자자-국가소송제(ISD)가 사법주권을 침해한다는 견해에 동의하기 어렵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말이다. 황 후보자는 28일 민주통합당 박영선 의원에게 제출한 인사청문회 서면답변서에서 "한·미 FTA에 규정된 ISD는 국내에서 발생한 분쟁을 우리 법원이 아닌 제3의 중재기관에 맡기고, 또 법원의 판결에 대하여도 ISD 제소가 가능하므로 사법주권을 침해한다는 견해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ISD는 국내에서 발생한 분쟁이 국제협정상의 의무 위반인지 여부를 판정하는 것이고 국내법 해석문제를 국제중재로 다루는 것이 아니므로 ISD로 인해 사법주권이 침해가 된다는 견해에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황 후보자는 또 "법원의 판결도 국가의 조치에 해당되므로 ISD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나, 이 경우에도 법원의 판결에 대한 재심을 하는 것이 아니라 협정위반 여부만을 평가하는 것이므로 우리 사법주권이 저해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ISD는 투자유치국 정부가 협정상 의무, 투자계약 또는 투자인가를 위배한 조치 때문에 투자자가 부당하게 손실을 입으면 그 투자자가 투자유치국 정부를 상대로 국내 법원이 아닌 제3의 국제중재를 통한 구제를 요청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즉 ISD 제도에서는, 외국인 투자자가 피투자국의 공공정책 때문에 재산상 손실을 입었다고 느끼면 해당국 정부를 국제중재기구(ICSID)에 제소해서 막대한 손해배상금을 받아낼 수 있다. 이로 인해 피투자국 정부는 투자자 눈치 보느라 자국 국민에게 이로운 공공정책을 시행할 수 없는 등 국가 주권이 훼손될 여지가 있다. ISD가 한·미 FTA에서 대표적 독소조항으로 꼽힌 것도 이 때문이다.
황 후보자의 주장과 달리 주변국들은 미국과의 협상에서 ISD 조항을 제외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미국 주도의 다자간 자유무역협정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ISD 조항을 제외한다는 방침이다. 일본 집권당인 자민당은 TPP 협상 조건에서 미국의 일반적인 ISD 협상에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전문가들은 호주에 이어 일본마저 ISD 조항을 반대해 TPP 협상에서 ISD를 유지하긴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ISD 폐지보다는 수정 혹은 보완 쪽으로 입장을 정리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ISD는 국제적 통상협정에서 일반적인 제도로 표준약관처럼 모든 협정에 들어 있는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미국과 FTA 재협상을 하더라도 ISD를 뺄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얘기다.
그러나 우리 대법원은 2007년 1월 법무부에 보낸 의견서(한·미 FTA 국제투자분쟁 해결절차와 관련한 검토의견)에서 "투자자-국가소송제 하에서는 국내 사법부의 재판도 중재청구의 대상이 됨으로써 법적 불안정 및 불안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법부의 재판이 무차별적으로 중재청구 대상이 될 경우에는 여러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재판을 중재청구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이나 대상을 제안하여 명확히 규정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야권과 시민단체들도 한·미 FTA에서 ISD 조항을 폐지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한다. 대부분 ISD 분쟁을 중재하는 ICSID가 미국 영향력 아래 있는 세계은행(WB) 산하기구이기 때문에 불리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한국 정부는 지난해 11월 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로부터 수십억 달러 규모의 첫 ISD 제소를 당한 상태다. 론스타는 외환은행 매각과 관련해 한국 정부가 승인을 지연하고 차별적 과세를 적용해 2조4000억원의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한다. 정부가 한-벨기에ㆍ룩셈부르크 투자협정(BIT)을 위반해 손해를 입혔다는 것으로, 사전협의 기간인 6개월이 완료되면서 정식으로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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