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기술장벽(TBT)' 알아야 막는다
[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1. 지난 2010년 1월 미국 교통부는 휴대용 전자제품에 사용되는 소형 리튬이온 전지를 항공 운송 위험 물질로 분류하고 수량과 보관 위치 등을 제한한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규제 시행 시 우리 휴대폰 제조사는 개당 최대 3달러의 운송비 부담과 함께 신제품 출하 지연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정부는 세계무역기구(WTO) 무역기술장벽(TBT) 위원회에 7차례에 걸쳐 이의를 제기했고 5차례 양자협의를 통해 지난해 4월 미국으로부터 완화된 규제안을 이끌어냈다.
#2. 브라질 계량품질기술원은 건축용 철강자재에 대한 품질 인증을 의무화한다고 WTO TBT 통보문을 지난 2011년 1월 발송했다. 브라질의 강제 인증을 몰랐던 국내 철강사는 미인증 제품을 브라질로 수출했고 9000t에 달하는 제품이 통관하지 못한 채 국내로 반송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반송 비용은 고스란히 우리 철강사가 떠안았고, 서로 다른 인증 기준 탓에 제품을 다시 만들어 수출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세계 각국이 기술 규제ㆍ표준ㆍ인증 등을 통해 자국 산업 보호에 나서면서 새로운 형태의 무역 장벽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이른바 'TBT(Technical Barriers to Trade)'로, 수입 제품에 대해 국제 표준과 다른 강제 기준을 갑자기 적용하는가 하면 모호한 인증 제도를 운영함으로써 자국 산업을 보호하는 '신 보호무역'을 말한다.
27일 지식경제부 기술표준원에 따르면 지난해 WTO에 통보된 기술 규제는 사상 최다인 1560건을 기록했다. 미국이 104건으로 가장 많았고, 유럽연합(EU) 78건, 중국 76건, 일본은 34건이었다. 이들 국가와 경제권은 전체 TBT의 18%를 차지했다.
이처럼 세계 각국에서 급증하는 TBT로 인해 해당국에 대한 우리 기업의 수출은 어려워지고 인증 획득에 시간과 비용을 추가 지불해야 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이에 정부는 해외 기술 규제를 입안 단계에서 입수, 분석한 후 양자ㆍ다자 협상 등을 통해 TBT의 제거 및 완화에 나서고 있으나 아직까지는 사후 대응에 급급한 상황이다.
기술표준원 기술표준정책국 최형기 국장은 "해외 기술 규제에 대해 우리 기업들을 대신해 정부가 외국 규제당국과 적극 협의할 것"이라며 "이를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TBT 전담 기관을 올해 안에 지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말 정부ㆍ학계ㆍ산업계ㆍ협단체ㆍ연구기관 등 각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TBT전략포럼은 이날 첫 모임을 가졌다. 참석자들은 우리 기업이 겪을 기술 장벽에 전문적이고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민관이 힘을 모으는 데 TBT전략포럼이 중간 역할을 수행해 나가기로 뜻을 모았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