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불과 1년 전 '금(金)겹살'이라 불리던 돼지고기의 값이 급락세를 타고 있다. 최근 1년 새 가격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공급은 늘어난 반면 수요는 평년대비 오히려 줄었기 때문이다. 양돈 농가들은 생산비에도 못미치는 상황이라며 아우성이다. 정부는 '강 간너 불구경'을 하는 듯 묵묵부답이다.
15일 농협과 대한한돈협회에 따르면 이날 기준 돼지고기 도매 가격은 1kg당 2860원으로, 지난해 1월 연중 최고가인 5880원에 비해 절반 넘게(51%) 떨어졌다. 돼지고기 생산비가 1kg당 3900원인 점을 감안하면, 현재 양돈 농가들이 생산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가격에 돼지고기를 출하하고 있는 셈이다. 양돈 농가들의 고충이 클 수 밖에 없다.
2011년 초 구제역이 창궐해 무려 330만마리의 돼지를 살처분 하면서 돼지 사육두수는 600만마리대까지 뚝 떨어졌다. 이 때 돼지고기 가격은 '금겹살'이라 불릴 정도로 치솟았다. 그러나 '구제역→사육두수 감소→가격 상승→사육두수 급증'의 연쇄 반응이 빠르게 이어지면서 돼지 사육두수가 1년 6개월 새 1000만 마리에 육박하고 있다.
돼지 공급은 이처럼 급증했지만 엎친 데 덥친 격으로 수요는 평년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돼지고기 소비측면에서 겨울철은 비수기인데다 내수 부진까지 겹쳐 수요가 예년에 비해 턱없이 낮은 상황이다. 또한 구제역 당시 정부가 물가안정 차원에서 수입한 삼겹살 물량이 너무 과도해 아직까지도 시중에 유통되고 있다는 점도 가격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정부는 이런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이달 초 돼지 비축량을 하루 평균 1500마리에서 3000마리로 늘렸을 뿐, 돼지값 안정을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 관계자는 "최근 돼지고기 값 하락의 원인은 수요대비 공급이 지나치게 높기 때문"이라며 "가격 안정을 위해 양돈농가 스스로 모돈(母豚)을 10% 가량 줄여 나가야 한다"며 원론적인 말만 늘어놨다.
고형광 기자 kohk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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